<신춘중앙문예>시조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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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나는 한때 안데르센 같은 동화작가를 꿈꾸며 밤새워 동화를 써서는 신춘문예에 응모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고(본선에 든 적도 있었지만),그것은 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생각과 함께 문학에의길을 더 멀게 하였다.
결혼을 하고 생활에 바쁘다 보니,늘 꿈을 꾸면서도 가까이 갈수 없었던 길.그러다가 10여년전 우연히 시조를 알게 되었고 시조에 반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서툰 솜씨로 시조부문에 응모해 낙선 또 낙선,대여섯번 하고 보니 신춘문예와 나와는 정말 인연이 없다는 결론을 지었고,그 쪽에 아예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도전장을 내게 된 것이다. 이제 그 밉기까지 했던 관문을 넘고 보니 가벼워질줄 알았던 어깨가 오히려 더 무겁다.
오늘은 눈 내리는 고향 벌판을 맨발로 달려가 어머니 무덤 앞에서 실컷 울고만 싶다.집 뒤에 산이 있어 가슴에 늘 푸름을 주던 고향.
꽃수레 굴러오듯 진달래 피던 그 고향산을 나는 무척 좋아했다. 그리 높지 않은 이름도 없는 산이었지만 어린 시절 무수한 추억이 있기에 꿈에도 못 잊는지 모른다.지금은 모두 허물어져 공장이 들어앉고 또 아파트까지 들어선다는 슬픈 소식이 내 가슴을 이리 무겁게 짓누르는데도 말이다.많은 가르침을 주신 이우종선생님과 미흡한 글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 드린다.
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시조는 가장 인기가 없지만 우리 것을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서 영원한 시를 남기고 싶다. 〈약력〉 ▶49년 경기도 송탄출생 ▶평택고등학교 졸업 ▶계간 『문학과 의식』신인상 수상(90년) ▶시조집 『내 영혼 저 들꽃 속에』펴냄(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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