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쌀 조건부지원 검토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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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이 30일 밝힌 북한의 대남(對南)태도변화를 전제로 한 대북 식량지원 검토시사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국내외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정책변화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의 기본방침은 대북 식량지원을 북한의 근본적인 대남정책 변화와 연계시켜왔다.
그러나 외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우성호 선원 송환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경수로공급협정 체결 등 최근 행동으로 보아 대남 태도변화를 끌어낼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판단,남북관계개선을 북한에 타진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같이 북한에 대해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배경은 크게 네가지다.우선 북한의 지도부가 식량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조장할지도 모르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미국.
일본의 고위당국자나 주요 언론들이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심상치 않은 북한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정부는 자칫 원칙론에 얽매여 실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될가능성을 부담으로 여겨왔다.
둘째,한반도 주변 4강의 대북정책이 우리와 다소 호흡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물론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4강의 평가도정부와 차이가 있다.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속성으로 볼때 북한이위기상황에 아직 이르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주변 4강 모두 북한이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사태만큼은방지하자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특히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불가원칙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외교정책추진이 쉽지않다.당장 다음달 하와이에서 열릴 한.미.일 3국 고위정책협의회에서도 우리의 입장이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대북 식량지원에 충분한 안전장치를 확보한다면 식량지원문제에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완화에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정부는 지난 여름 대북쌀지원시 밟았던 전철을 피하면서도식량을 매개로 한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넷째,북한의 우성호 송환이라는 상황변화다.정부는 우성호송환을계기로 식량지원 촉구 여론을 북한의 군사위협과 대남비방강화를 이유로 부정해왔다.
우성호 송환으로 올해 남북간 현안의 하나가 해결된 만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점진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을 수도있다는 것으로 정부의 판단이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경수로공급협정 체결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화할 경수로 공사를 통해 남북간 왕래가 빈번해질 수밖에 없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이 북한 스스로의 개혁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북한 식량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면 식량위기는 내년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孔장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결국 북한의 개혁만이 궁극적인 북한의 식량난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성진 외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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