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버펄로 걸""존 굿맨의 영웅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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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서부극에 멋진 여성 총잡이가 등장해신난다.『총알을 물어라』『캣 볼루』에서 캔디스 버건이나 제인 폰다가 활약하긴 했지만 『셰인』『황야의 무법자』의 앨런 래드나클린트 이스트우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 다.
『나쁜 여자들』에서 네 여자가 똘똘 뭉쳐 못된 남자를 혼내주더니 『버펄로 걸』에선 남자들이 버리고 떠난 서부를 지키는 마지막 인물로서의 여성 총잡이가 등장한다.사라져가는 서부에 대한애가라고 할까.처연함마저 느껴지지만 여성특유의 생명력으로 지켜가리라는 희망이 보여 가슴 뭉클하다.서부의 전설적인 여걸 칼라미티 제인역을 안젤리카 휴스턴이 맡고 있는데 도리스 데이와 제인 알렉산더가 맡았던 희화화된 이미지를 벗어난 점도 돋보인다.
최근에 본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 버펄로 걸』을 적극 권하고싶다. 정치와 정치가에 대한 불신이 워낙 커져 타락한 정치인을그린 영화를 추천한다는게 좀 뭣하다.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관행」을 주장하는 정치의 이면을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존 굿맨의 영웅일기』는 타락한 정치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화다.서민적인 선거 유세로 철도국장에 당선돼 대통령을 위협하는상원의원 자리에 오를 때까지 킹 피시라는 별명의 사나이가 택한처세술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예리한 비판까진 기대할 수 없는 영화지만 정치가의 추악한 야망,거래를 읽기에는 손색이없다.절친한 친구 혹은 형제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카트린 드뇌브의 추억』『라디오 인사이드』『가을의 전설』에서 익히 보아온청춘의 사랑인데 『크로싱』이 색다른 점은 폐쇄적 집단과 공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누구와 만나기만 해도 소문이 나는 작은 마을에서 벗어나 큰 세상을 보려던 젊은이의 좌절이 세련된 영상과 음악에 실린다.호주 영화의 성가를 볼 수 있는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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