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시민이라는 자체가 특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의 취업 문화도 바꿔놓았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통계국에 따르면 2001년 이후 5년간 290만 명이 신규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 토목공사와 여행·정보통신 등 올림픽 유관 산업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일자리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베이징시는 연간 10% 이상 경제성장을 거듭했다. 취업 기회가 베이징으로 쏠리자 입사 시험 때 가산점 혜택이 있는 베이징 후커우(戶口·호적) 품귀 현상이 생기는 등 새로운 취업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귀하신 베이징 호적=시사주간지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요즘 베이징 후커우 중개 수수료는 30만 위안(약 4500만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다. 중국 대학 졸업자 평균 연봉의 10배다. 지난해 3만 위안 수준이던 후커우 가격은 최근 8만 위안까지 뛰었지만 그것도 없어서 못 산다고 한다. 왜 베이징 후커우가 인기일까. 베이징 후커우가 있으면 대학 입학이나 취업 때 가산점을 받고 교육비·의료비 등 혜택도 많다. 베이징 후커우가 없는 아이들은 유치원에 매년 1만 위안 이상의 찬조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외지인들은 신분제도와 다를 바 없는 베이징 후커우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어다닌다. 후커우 가격 급등의 원인은 베이징 시당국의 유동인구 정책에 있다.

인구 유입을 조절하기 위해 후커우 자격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 출생지와 졸업학교 소재가 베이징이 아닌 신청자는 대기업 간부라 해도 후커우를 얻기 어렵다. 칭화대 차이지밍(蔡繼明) 교수는 “베이징 인구가 수용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인구 유입을 막기 위해 후커우 취득 기회를 줄이고 있지만 암시장 거래 가격만 올리는 풍선효과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인생 역전=2007년 베이징 서부에 위치한 서우두(首都)강철이 공장을 점진적으로 폐쇄하고 후베이성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서우두 강철의 열연공장 직공이었던 궈다칭(郭大慶)은 베이징 동부의 순이(順義)냉연공장으로 인사이동됐다. 20년 동안 열연기술이 손에 익은 궈에게 냉연기술은 생소했다. 궈는 “40대에 접어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참 어려웠지만 베이징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주경야독을 거듭한 끝에 그해 말 궈는 공정관리팀장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농민에서 기술자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

베이징 동북부 순이구의 농민이었던 리다성(李大生·44)은 2005년 시정부가 실시한 기술 전환 프로젝트(농민 5만여 명을 기술자로 전환시키는 것)에 선발됐다. 리는 직업훈련을 거쳐 서우두 공항의 지게차 운전사로 직업을 바꿨다. 리는 “매월 일정한 수입이 삶의 질을 얼마나 바꾸는지 농민이 아닌 사람은 모를 일”이라며 “난생 처음 맛보는 여가시간엔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