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예술인들‘지식 나눔’봉사하러 학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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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8일 오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배우 조재현씨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위해서가 아니다. 고교 연극반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지도교사로서 앞에 나선 것이다.

“여러분은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학교가 있는데 단 네 학교만 제가 가르치게 됐거든요.”

조씨의 말에 계성여고·동구여상·대진여고·선린인터넷고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눈이 반짝거렸다.

“저는 원래 그림을 그렸는데, 여러분 나이에 어떤 연극을 보고 평생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이강백 선생님의 ‘결혼’이란 작품인데, 거기서 ‘우리 삶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란 말을 듣고 인생관이 달라졌죠.”

학생들은 유명 배우를 직접 만났다는 호기심과, 앞으로 조씨에게 직접 연극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힘껏 박수를 쳤다.

“여러분도 저처럼 평생 연기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학교에 가서 여러분의 연기를 보고 더 많은 얘기를 할 게요.”

조씨를 비롯해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대진씨,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씨 같은 유명 예술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현장교사로 나선다. 서울문화재단이 각 분야의 전문 예술인들을 초청해 중·고교 예술 동아리를 직접 지도하도록 연결하는 ‘청소년 비전 아트-트리’ 사업을 통해서다. 이들 현역 예술인들은 올 연말까지 ‘프로젝트 마스터’(PM)로 불리면서 현장체험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예술지도를 하게 된다.

연극 PM을 맡은 조재현씨는 이날 학생들과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A Life in the Thearte)를 관람하고 1차 현장체험 교육을 진행했다. 연극 연출가 이해제·김낙형씨와 연극배우 최정우씨도 조씨를 도와 학생들을 지도할 전문강사로 동참했다. 조씨는 “학생들이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론보다 실무에 강한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전통예술 PM인 김덕수씨는 “음악과 춤을 함께 다뤄야 하는 전통예술이 음악 중심의 서양이론을 쫓아간 나머지 균형이 무너졌다”며 “이번 기회에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배우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 PM으로 나선 지휘자 김대진씨는 “지난겨울 사회공헌 프로젝트에서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 학생들과 만난 적이 있다”며 “음악을 통해 세대를 넘어선 교감을 나누고 싶다”고 기대했다. 음악 분야에선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씨와 바리톤 김동규씨도 전문강사로 동참한다.

이번 현장 예술교육에는 음악 분야 4개, 연극 분야 4개, 뮤지컬 분야 3개, 전통예술 분야 4개 등 총 15개 학교 예술 동아리의 중·고교생 432명이 참여한다. 

글=주정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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