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읽기] "손벌리는 후보 없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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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를 경영하는 Q씨는 명문 고교.대학을 나오다 보니 선거 때만 되면 챙겨야 하는 '동창 후보'가 많다.

"동창.동기회에서 연락이 와요. 누가 어디에 출마하니 돈을 좀 보내주라고요. 후보가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많았죠. 여야 가리지 않고 100만~300만원씩 송금해줬어요. 기업 이름으로도 하고 내 이름으로도 했지요. 영수증도 받아놓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풍토가 싹 달라졌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후원금 요청이 거의 사라졌어요. 후보도 동창회도 전화가 없어요. 야당후보 후원회 딱 한군데서 연락이 왔는데 그것도 액수가 50만원이에요. 이것도 망설이고 있어요. 4년 전에는 후원회가 선관위에 보고할 때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됐어요. 이번엔 법이 바뀌어서 1회 30만원 이상은 다 보고한대요."

Q씨는 "이름 적히는 게 싫어" 후보를 만나 영수증 없이 그냥 줄까 생각했는데 이 방법도 마음에 걸렸다. "후보가 피 같은 시간을 쪼개는데 50만원만 줄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비밀이라지만 행여 말이라도 나면…."

국내 굴지의 원자재 수입업체 Z회장도 명문 고교.대학을 졸업한 해외유학파다. 그도 확 줄어든 손벌리기 풍토에 놀라워한다. "이번엔 후원금 요청이 4년 전에 비해 4분의 1밖에 안 되고 액수도 훨씬 작아졌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달라진 선거법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에는 기업들이 1년에 2억5000만원까지 후원금을 낼 수 있었다. 그러니 선거 때만 되면 '실탄' 지급 요청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은 후원금 자체를 낼 수 없다. 개인도 1년에 2000만원까지만이다. 게다가 개인이 연간 120만원 이상을 내면 선관위에 보고되며 일반에 공개된다.

기업인이 개인자격으로 돈을 내도 이런 부담이 있으니 후보 입장에서도 요청하기가 조심스럽다. 후원금 풍경이 달라진 것은 표밭의 실탄수요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L의원은 정.재계 등에 나름대로 인맥이 탄탄하다.

그런데도 그는 선거용 후원금 요청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구 선거비용 제한액이 1억6000만원인데 더 쓸 일도 별로 없어요. 조직동원.유권자 접대를 못하니까요. 홍보물.명함.TV홍보.유세차량 비용 등만 쓰면 되거든요."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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