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설명서요? … 60%가 ‘깜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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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홍민기(36)씨는 가입한 펀드의 운용보고서를 받아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깨알 같은 글씨로 복잡한 금융 용어를 줄줄이 늘어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서다. 그는 “이런 보고서를 이해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느냐”고 화를 냈다. 실제로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운용보고서를 읽고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과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은퇴설계지원센터가 수도권과 6대 광역시의 성인 3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너무 어려운 펀드 정보=1개 이상의 펀드에 가입 중인 사람은 전체의 54.3%였다. 과거에 가입했던 사람(15.7%)을 합치면 70%가 펀드에 투자해 봤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에게 주어지는 펀드 정보는 너무 어렵거나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은 펀드 가입 때 투자설명서를 아예 받지 못했다. 설명서를 읽고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60.5%에 달했다. 읽어본 뒤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사람은 20%도 채 안 됐다.

펀드 판매사가 가입자에게 투자 위험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게 한 제도 역시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설명을 듣고 서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37.5%에 달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서명만 했다는 사람(6.7%)도 상당수였다. 펀드를 어떻게 굴렸는지를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운용보고서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읽어 봤지만 못 알아듣겠다는 사람(54.1%)이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사람(17.3%)의 세 배가 넘었다. 어려울 것 같아 아예 읽기를 포기했다는 사람(10.3%)도 많았다. 이러다 보니 가입자의 80% 이상이 펀드 투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펀드 용어(84.9%), 수익률 계산(80.4%), 운용 성과 설명(87%) 등 거의 모든 항목에 대해 어렵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쪽을 압도했다. 상품이 너무 많아 선택이 쉽지 않고(89.9%), 환매 시점을 잡기 까다롭다(92%)는 사람은 더 많았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 박병우 사무국장은 “펀드 운용·판매사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 참기’ 18%가 한계=펀드 투자자가 견딜 수 있는 원금 손실은 평균 17.8%였다. 100만원을 투자해 원금이 82만2000원으로 줄어들 때까지는 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 들수록 손실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20~40대는 모두 18%대의 손해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50, 60대는 각각 15.8%와 12.3%까지만 견딜 수 있다고 응답했다. 수익에 대해서도 고연령층이 소극적이었다. 20대는 평균(56%)보다 높은 64.6%의 수익이 나야 환매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60대는 46.6%의 수익만 나도 환매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가입 비율도 성별·연령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남자(50%)보다 여자(58.6%)가 펀드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60% 이상이 펀드에 가입하고 있었지만 60대는 20% 남짓만 투자하고 있었다. 소득 수준이 높고, 전문직에 종사할수록 펀드 가입 비율이 높았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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