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佛 군사협력 가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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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프랑스와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가까워졌다. 우선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東進)에 위협을 느껴왔다. 따라서 '나토의 반항아' 프랑스와 관계증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가 나토보다는 유럽 자체 방위군 창설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프랑스 역시 러시아와 가까워져야 한다. 친미적인 동유럽권 국가들이 유럽연합(EU)과 나토에 가입하면서 프랑스의 발언권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끈끈한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러시아 비밀기지 공개=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러시아를 방문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크라스노즈나멘스크 우주기지로 안내했다.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인구 2만5000명의 이 소도시는 러시아의 모든 위성을 관리하는 우주군사센터가 있으며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곳이다.

푸틴 대통령조차 이날이 첫 방문이었을 정도다. 오직 군사용 목적의 이 도시에 들어가려면 연방보안국(FSB)이 발급한 증명서를 소지하고 경계병들이 지키는 철책을 통과해야 한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푸틴이 시라크를 초대한 것은 두 나라 사이에 강력한 신뢰를 유지하고 우주군사부문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군사협력 확대=1990년 중반부터 활발히 진행돼온 프랑스-러시아 군사협력은 최근 크게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28개의 크고 작은 군사 프로젝트를 공동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들에는 양국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들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비롯, 지난 여름 양국 해군의 합동훈련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프랑스 잠수함이 바렌츠해까지 진출해 합동훈련을 벌였으며 올 여름 대서양에서 예정된 해군 합동훈련에는 러시아의 핵잠수함까지 동원하기로 양국 국방장관들이 합의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프랑스 군 간부들이 모스크바 소재 군사아카데미에서, 러시아 군 간부들은 파리 군사학교에서 교환수업을 받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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