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성號 선원 송환,轉機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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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성호 선원의 송환은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다.우선 오랫동안 억류됐던 선원들이 가족의 품과 삶의 터전으로 돌아온다는 인도적측면과 오랫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한 관계를 녹이는 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오는 반가움이다.
우성호 선원들을 이제야 뒤늦게 보내는 북한의 속셈을 정확히 알 길은 없다.그렇지만 적어도 두가지만은 충분히 짚어 볼 수 있다.하나는 북한측이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색내며 내외에 선전공세를 펴리라는 점이다.또 하나 는 우성호 선원 송환을 계기로 우리로부터의 추가 쌀지원 가능성에 대한 타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여름 베이징(北京)남북한 쌀 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에 대해 추가로 쌀을 지원할 수 있는 조건으로 우성호 선원 송환과한반도내에서의 당국자간 쌀회담을 내세운 바 있다.따라서 한반도내에서 당국자간 접촉이 이뤄지면 추가 쌀지원을 위한 회담이 열릴 수 있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북한이 당국자회담에 응하지는 않을 것 같다.설사 북한이 우리 조건을 받아들인다 해도 쌀문제로 악화된 국민감정이 누그러져야 정부레벨의 추가제공이 가능할 것이다.그렇게 되려면 북한은 남한에 대한 비방을 중지하는등 긴장분위기를 푸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긴장분위기를 푸는데는 남한쪽의 역할도 있다.다양한 경로의 남북한교류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북한을 돕고싶다는 것을 믿도록노력해야 한다.신임 권오기(權五琦)통일부총리가 남북한간의 당국자간 대화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말을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최근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외국이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우리가 견제하거나 민간레벨의 인도적 구호노력을 억제한다는 인상을 주는 일 같은 것은 없도록 해야 한다.그런 작은 노력들이 쌓여 조금씩 남북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 이 정도(正道)다.우성호 선원 송환으로 당장 남북한관계의 호전을 기대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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