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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안에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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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오늘 저녁에는 또 뭘 해 먹어야 하나?” 이것은 전 세계 주부의 공통된 고민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 고민을 명쾌하게 해결해 준 두 명의 여성 셰프가 주목받고 있다. ‘3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맛있고 건강한 이탈리안 요리’를 알고 싶다면 두 사람의 책에 관심 기울여 보기를. 요리도 배우고, 영어 실력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의식주 가운데 요리는 패션이나 인테리어에 비해 보수적, 혹은 국수적일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입고 사는 방식이 서구화되더라도 식성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자와 스파게티로 대변되는 이탈리안 음식은 미국의 대형 체인 레스토랑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었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되면서 본산인 이탈리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새로운 음식이 돼 버렸다. 이런 형국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최근에는 쉽고 빠른 이탈리아 가정식 요리의 ‘심플함’을 표방한 젊은 스타 셰프들의 출현으로 모던 이탈리안 요리가 미국 내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이철 레이(Rachael Ray)와 지아다 드 로렌티스(Giada De Laurentis)는 늘 비싸고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되던 이탈리안 요리의 고정관념을 깨고 30분 안에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쉬운 레시피를 소개한 셰프다.

『30 Minute Meals(30분 안에 만드는 식사)』로 유명한 레이철 레이는 푸드 채널의 요리 코너와 같은 이름의 책을 낸 저자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출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부엌에서 엄지손가락을 태워 가며 요리를 시작한 레이는 첫 요리책을 낼 당시 전문 요리학교를 다닌 적도, 유명 셰프 밑에서 요리 수업을 받은 적도 없는 비전문가였다.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식품부 캔디 코너에서의 세일즈를 시작으로 여러 대형 마켓 식품부에서 구매를 담당하던 그녀는 자신이 바이어로 일하던 마켓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30분 요리강좌’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요즘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토크쇼의 호스트로, 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에브리데이 위드 레이철 레이(Everyday with Rachael Ray)’의 편집자로 오프라 윈프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로마에서 태어나 LA에서 자란 지아다 드 로렌티스는 레이와 달리 프랑스 코르동 블루(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요리학교) 출신으로 그녀의 외할머니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영화 프로듀서인 디노 드 로렌티스다. 그녀는 『에브리데이 이탈리안(Everyday Italian)』이라는 요리책을 시작으로 같은 제목의 TV쇼를 인기리에 진행하고 있다.

섹스 앤 더 시티+멋진 요리 솜씨
두 사람은 모두 젊고 매력적이며 발랄하고 영리하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에 뛰어난 요리 솜씨를 추가한 인물들이라고 해야 할까? 바야흐로 마사 스튜어트가 담당해 온 단정하고 지적이며 가정에 최선을 다하는 주부의 이미지는 이들로 인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들은 수퍼마켓 냉동실에서 꺼내 온, 데쳐서 얼린 시금치 팩으로 요리를 하고 저녁식사 준비로 30분 이상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매일 매일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어 먹어도 살찌지 않고 건강하며 항상 생기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레시피가 주부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요리에 대한 기본기가 없는 남자들과 아이들도 따라 할 수 있다.

레이는 지난달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가족 요리를 실은 『냠냠! 가족 요리책(Yum-o! The Family Cook Book)』을 발간했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요리를 통해 부모와 아이들 사이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도 함께 설립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레이는 이제껏 그녀가 낸 14권의 요리책 시리즈를 통해 ‘30분 안에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법’ ‘365일 겹치지 않는 식사를 만드는 법’ 등 매일 매일 뭘 해 먹을까 하는 주부들의 고민을 덜어 주는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제는 요리하는 엄마에서 요리하는 가족으로 확대된 컨셉트를 들고 나와 단순히 먹을 것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가족을 연합시키고, 서로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며, 혼자는 지키기 어려운 건강한 식습관을 함께 다져 나가는 요리 운동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각종 야채를 씻고 다듬고 데쳐 조리하는 정성이 아니라 온 가족이 몸에 좋은 야채를 보다 쉽고 편하게 매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요리법의 개발이라는 것이다.

미국 주부들 사이에서 레이의 레시피는 작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레이는 요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2~3분 만에 익는 반 건조 파스타나 냉동 야채 등을 사용하며, 수퍼마켓 식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부엌으로 끌어들였다.

한 번 만들 때 양을 두 배로 만들어 다음날 남은 음식을 다른 요리로 변형해 먹도록 하는 ‘더블-듀티(double-duty) 디너’라든가 캔이나 팩 속에 든 반 조리 식품에 신선한 재료를 첨가해 훌륭한 요리로 둔갑시키는 마술, 돈 안 들이고 몇 달러 내에서 해결하는 최선의 메뉴 등등 지금도 그녀의 머리에서는 재미있고 창조적인 레시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녀의 새 책에는 이전보다 더 건강한 식습관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잡곡 섭취와 지방 줄이기,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게 만드는 요령이 디너는 물론 아이들의 도시락과 스낵을 만드는 법에까지 반영돼 있다.

식재료의 궁합+접시 위의 아름다움
로렌티스는 이탈리안 요리의 기본 소스가 무엇인지 모르는 문외한도 올리브 오일에서 티라미수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리법이 실린 『에브리데이 이탈리안(Everyday Italian)』에 이어 누구나 좋아하는 파스타 메뉴가 보다 보강된 『에브리데이 파스타(Everyday Pasta)』를 펴 내 미국식 이탈리아 요리에 질린 현대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녀가 소개하는 요리들은 기름기 흥건한 미트볼 스파게티나 알프레도 소스 페투치네가 아니라 신선하고 건강한 모던 이탈리안 요리의 정수들이다. 흔히 스파게티 소스 하면 떠오르는 바질이나 오레가노 등 각종 허브 말린 잎 대신 통마늘과 신선한 바질 잎을 다져 넣어 마무리하는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다. 빨간색 토마토 혹은 하얀색 크림소스 안에 잠수해 있는 파스타 국수 접시는 그녀의 레시피에 없다.

로렌티스의 소스는 대부분 질퍽한 액상 소스가 아니라 물기가 거의 없는 페이스트 스타일이다. 파스타를 삶고 난 국물을 약간 남겨 페이스트 같은 소스와 버무리면 파스타의 질감이 확 살아나면서 요리에 들어간 재료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주장. 파스타 접시 하나에 들어 있는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미각을 더욱 돋우는 한편 하나의 조화로운 접시는 그 자체로 너무나 심플해 모던 이탈리안의 미감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녀의 레시피를 따라 만든 요리는 가볍고 단순하며 아름답고 맛있다.

할아버지에게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로렌티스는 이탈리안 스파이스와 식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레드와인 비니거는 화이트 와인 비니거에 비해 산도는 약하지만 잔향은 강하다거나 각종 치즈의 맛과 굳기 그리고 어느 음식에 어떻게 넣어야 좋은지 등에 대한 팁을 조목조목 달아준다. 우리에게 생소한 재료들, 프로슈토(말린 햄 종류)나 치아바타 브레드(이탈리안 빵) 등 이탈리아인의 기본적인 식재료 종류에 따른 선택법과 궁합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미니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레이와 로렌티스의 새 요리책은 아마존 닷컴(www.amazone.com)에서 각각 할인된 가격 13달러50센트(『냠냠! 가족 요리책 쿡북』)과 21달러45센트(『에브리데이 파스타』)에 팔리고 있다. 그들의 다른 요리책과 함께 묶어 더욱 싸게 파는 할인 패키지도 있다. 국제 배송도 가능하다.

영어로 된 요리책으로 요리를 만들어 보는 일은 영어 공부도 하고 서양 요리도 배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아이들과, 혹은 연인과 함께 영어 요리책으로 요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특한 식재료의 영어 이름도 익히고 영어회화 중 취약한 부분인 ‘무엇을 만들기’에 대한 설명법도 터득하게 된다. 레이와 로렌티스의 영어 레시피는 간단명료해 이해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나 즐길 수 있을 법한 모던 이탈리안 요리를 우리 집 식탁에 올려 보는 호사는 책 한 권 값과 맞바꾸기에 전혀 손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꼭 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레이와 로렌티스의 레시피는 미국의 푸드 네트워크 채널 홈페이지(www.foodnetwork.com)와 그녀들의 공식 홈페이지(www.rachaelray.com/www.giadadelaurentis.com)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분 안에 만드는 이탈리아 요리LA=김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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