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모의논술에 첫 영어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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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4일 한국외국어대가 영어 지문이 들어간 논술 문항을 처음 선보였다. 한국외대는 올해 치르는 수시논술부터 제시문에 영어 원문을 활용하기로 하고 이날 325명의 수험생을 상대로 모의논술을 치렀다.

올해부터 대입 자율화 조치에 따라 이른바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데 따른 것이다. 논술 가이드라인은 2005년 교육부가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막는다며 ▶영어 지문 금지 ▶수학·과학과 관련해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금지 등의 지침을 각 대학에 요구한 것이다.

한국외대의 이번 모의논술은 영어로 된 주 제시문 1개가 포함된 7개의 지문을 주고 2시간 동안 3개의 논제에 대해 1800~2000자 분량으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영어 지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나오는 ‘정의(justice)’ 편이다. 국문 자료는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등에서 인용됐다. 도덕과 정의, 범죄와 형벌에 관한 문제를 다양한 사회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문제였다.

한국외대 허용 입학처장은 15일 “지구촌 시대에 적합한 글로벌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식과 소통의 매체가 되는 영어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한 의사소통 능력뿐 아니라 정확한 정보 해석력을 측정하기 위해 영어 지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외대는 입학 정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을 뽑는 수시 2학기 ‘프론티어 전형’에서 영어 지문이 들어간 논술고사를 치른다.

허 처장은 “고교 수준을 넘지 않는 단어와 문장구조를 가진 영어 지문을 낼 것”이라며 “원문 자체에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문장이 있으면 문장을 쉽게 고쳐 ‘윤문’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외국어대는 7월 말~8월 초에 다른 유형의 영어 지문을 포함한 모의논술을 한 차례 더 치른 뒤 수시논술 유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모의논술을 치른 권탐지양은 “영어 단어에 해당하는 한국어 철학 용어를 정확히 옮기기는 쉽지 않았으나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개념만 제대로 이해했다면 용어 자체의 번역은 채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논술 가이드라인’은 폐지됐으나 올해부터 논술에 영어 지문을 포함하기로 한 대학은 지금까지 한국외대뿐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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