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일치단결해 중동에서 승리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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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38면

부시 대통령이 13일 OECD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중동의 민주화가 미국과 유럽의 공동 목표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리 로이터=연합뉴스

나는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 ‘새로운 범대서양 시대’를 개막하자고 역설해 왔다. 나는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새 시대의 윤곽을 봤다. 유럽의 정상들이 유럽과 전 세계에 자유의 가치를 확산하려는 굳은 의지가 있음을 목격했다. 나는 내년에 새로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미·유럽 관계가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고 보고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무역과 투자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올해 도하라운드(DDA) 무역협상 타결을 추진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에너지 안보와 환경 변화 대처라는 양대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해 에너지원을 다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축소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함께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막중한 책무인 국민 보호를 위해서도 협력하고 있다.
냉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오늘날 사상전(思想戰)에서 승리해야 한다. 한편은 자유, 양심의 자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자유, 약자 보호의 의무와 같은 문명의 핵심적 가치를 숭상한다. 그러나 다른 편 사람들은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반대를 허용하지 않으며, 가혹한 이념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강요하기 위해 테러를 가한다.
우리는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중동지역 전체에 자유ㆍ정의ㆍ관용ㆍ희망의 이상을 확산시키는 것을 최고의 외교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상은 프랑스 ‘인권선언’과 미국 ‘독립선언’의 초석이다. 우리에게만 국한된 이상이 아니다.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이상이다. 우리의 이상을 확산시키는 것은 도덕적인 의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전과 평화의 확산을 위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21세기 평화를 위해서는 중동 각국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되는 게 필수적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유럽이 20세기 평화를 가능케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희망ㆍ자유ㆍ평화의 미래를 추구하는 중동의 개혁가, 민주 지도자, 보통 사람들의 편이 돼야 한다.
자유의 희망을 확산시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소명이다. 이 위대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핵심 원칙은 단결ㆍ확신ㆍ비전ㆍ결의다. 우리는 일치단결해야 한다. 냉전 기간에도 범대서양 연대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지금 회고해 보면 미국과 유럽 간의 갈등은 친구들 사이의 일시적인 의견 불일치에 불과했다. 우리는 앞으로 갈등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갈등이 우리의 공동 목표를 훼손하면 안 된다. 민주국가들의 분열은 우리의 적들이 추구하는 목표다. 우리는 이를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 중동에서 자유와 평화를 이룩하려는 우리의 비전은 야심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비전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들릴 것이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독일, 독일과 폴란드 간에 평화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오늘날 유럽에서 이들 국가 간 전쟁은 상상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지금은 자유의 힘을 의심하는 게 이상한 시대다. 지난 30년 동안 민주국가의 수는 45개국에서 120개국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국가들로서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은 모든 종류의 정부 형태가 용인할 만하다는 도덕적 상대주의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1970년대 말 우리가 냉전에서 패배할지 모른다고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속속 등장해 우리는 자유의 힘에 대한 믿음을 되살렸다.
우리는 명확한 비전으로 중동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이미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중동 인구의 60%는 30세 이하다. 이들도 언젠가는 완전한 자유를 요구할 것이다. 이 지역 여성운동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중동 출신의 이민자들이 유럽에서 자유가 왜 좋은지 목격하고 있다. 이들도 언젠가는 고국의 민주화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행진해야 한다. 앞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자유가 가장 혹독한 시련도 이겨낸다는 것을 보여 준다. 60년 전 유럽의 모습은 어땠는가. 소련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부ㆍ동부 유럽을 점령했으며 공산당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를 위협했다. 미국과 유럽의 민주국가들은 결연히 공산주의와 맞섰다. 우리는 마셜플랜을 추진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결성했다. 이러한 초기 조치들이 냉전 승리의 길을 닦았다.
오늘의 중동 상황은 어렵지만 우리는 자유가 이번에도 승리하리라는 것을 자신할 수 있다. 모든 영혼은 자유를 갈망하기 때문이며, 역사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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