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냐 촛불집회냐 … 오락가락하는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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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右>가 13일 당사에서 최고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재형 최고위원, 원혜영 원내대표. [사진=조용철 기자]

통합민주당이 국회 등원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국민과 함께할 때는 거기에 적극 호응하면서도 야당과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국민들의 투쟁을 어떻게 성과로 얻어내고 수렴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도 했다. 이어 “국민 여론을 따라가는 것만이 아니라 민심을 이끌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에둘러 말하긴 했지만 결국 국회에 들어가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곧이어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번 주말에도 우리 의원들은 촛불시위 현장에 나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야 3당이 주관한 가축법 개정 공청회가 등원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오해가 나오는데 쇠고기 재협상 없는 등원 불가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사이에서도 등원에 대해 온도 차를 드러낸 셈이다.

의원들도 강온론이 엇갈린다. 전병헌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18대 국회를 장외투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이제 등원을 결심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국회에 들어가 당장 ‘미국 쇠고기 수입 재협상 결의안’부터 처리하자”는 제안도 했다. 전 의원은 “국회의원은 법과 제도에 의해 보장받는 권한과 역할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앞장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장선 의원도 “최소한 국회의장단이라도 먼저 선출해 국민에게 국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만이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섭·송민순 의원 등 각료 출신들도 비슷한 견해다.

반면 소장파 모임인 ‘개혁과 미래’ 측은 “법 개정 약속 없이 등원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 집중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연기할 것을 주장한 천정배 의원도 “대통령과 국민이 직접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있는 수권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등원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날 저녁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효순·미선양 추모 촛불집회’엔 추미애·송영길·최재성 의원 등 1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한 재선 의원은 “우리가 먼저 등원론을 꺼내면 대여 협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7·6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지도부가 등원에 관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김정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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