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투쟁’으로 방향 튼 촛불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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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회원들이 “편파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MBC 등 방송사를 항의 방문하자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KBS 본관 앞에서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左>. [사진=김태성 기자]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이 주최한 ‘국정 흔들기 중단 촉구’행사가 13일 서울역 앞에서 열렸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계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사진右>. [사진=박종근 기자]

13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집회 의제에 공공부문 민영화 등 정부의 정책 전반을 포함키로 결정, ‘쇠고기 정국’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대책회의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책회의의 결정 배경엔 촛불집회에 합류하는 단체가 늘어난 게 주요인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전교조 등 노동계와 반미 성향의 재야단체, 운하 반대를 주장하는 환경단체까지 다양한 집단이 촛불시위로 결집했다. 집회장에선 이미 ‘이명박 퇴진’과 함께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구호가 등장했다.

20일 이후 ‘정권 퇴진 운동’을 예고한 대책회의로선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투쟁을 통해 참가자와 단체의 목소리를 결집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책회의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지자체별로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역·대학별로 행사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향후 투쟁을 위한 ‘조직 정비’라고 밝혔다. 지역별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항의 방문과 함께 민영화 등 5대 의제에 맞춘 주제별 촛불집회도 추진한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을 기만할수록 다양한 목소리가 촛불시위 현장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촛불 민심은 커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변질”=대책회의 대정부 투쟁의 관건은 시민·네티즌의 동참이다. 5월 2일 시작해 37차례 이어온 촛불집회의 동력은 전례 없는 시민 참여였다. 스스로 ‘비폭력 불복종’을 외치는 이들의 순수성과 자제력이 촛불을 지킨 무기로 꼽힌다.

시민 참여를 낙관하는 대책회의와 달리 인터넷엔 전면 투쟁이나 정권 퇴진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갔다. 이날 다음 아고라 네티즌 ‘ann1404’는 “함부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정부가 못마땅하지만 정권 퇴진 운동까지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썼다.

대책회의나 시민·사회단체에 불만과 경계심도 나타났다. “대선에서 패배했던 진보세력들이 애초부터 정권 반대를 염두에 뒀던 것 아닌가(hee167)”라는 비판이다.

‘안소니’는 “나 역시 촛불시위에 참가했지만 협상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과격한 운동권이나 하는 반정부 투쟁으로 변질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반미 운동과 연계하려는 일부 움직임에 “미국 쇠고기와 반미가 왜 결합되느냐. 미국의 속국인가(쥐사냥꾼)”라며 반발했다.

천인성·이진주 기자, 사진=김태성·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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