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홍길동, 율도국에 간 것 아니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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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홍가왕
황의웅 지음, 떠오르는 도끼
112쪽, 8500원 초등 3~4학년

너무나 유명한 역사 속 인물, 의적 홍길동이 주인공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의 현실이 슬퍼 도적이 된 홍길등. 그는 훗날 율도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왕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율도국 대신 청나라의 남경으로 향하던 길동이 뜻하지 않게 풍랑을 만난 대목부터 상상력의 샘물을 길어올리기 시작한다. 16세기 초 오키나와 지역의 한 섬으로 건너가 그곳에 우리 문화를 전파했다는 학설을 바탕으로 했다. 요즘 유행하는 ‘팩션’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길동이 파도에 휩쓸려간 곳은 남쪽 유구 왕국의 한 섬. 그런데 길동은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을 잃은 상태다. 그는 이웃섬인 이샤라기에 정착한다. 원주민들은 낯선 사내를 경계하지만, 곧 그의 예의바르고 늠름한 풍모에 반한다. 이름 없이 그저 ‘홍가’라고 불리게 된 그는 다른 섬과의 교역을 선도하는 등 섬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와 왕으로 추대된다. 제목처럼 ‘홍가왕’이 된 것이다.

그런데 홍가왕의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먀쿠섬 우두머리 나카소네였다. 나카소네의 아들 나카후지는 여동생 쿠이쓰바를 홍가왕과 정략결혼시킨다. 쿠이쓰바는 “홍가왕을 독살하라”는 지령을 받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 나머지 거절한다. 나카소네의 충동질 탓에 곧 유구 왕국 군대가 쳐들어오고, 홍가왕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는다. 동시에 잃었던 기억도 찾는다.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속 홍길동은 파마머리에 바람둥이인 ‘쾌도’였다. ‘홍가왕’도 못지 않게 쇼킹하다. 빨간 머리를 풀어헤친 건장한 사내이면서 지략과 용맹이 무쌍하다. 우리 고전문화에서 원형을 찾아 분방하게 상상의 영역을 넓혀간 그 시도에 점수를 주고 싶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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