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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불안심리와 주가폭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주가가 한주 내내 폭락을 거듭,어제의 종합주가지수가 884.
39로 올해 최저였던 지난 5월27일의 847.01에 접근하는추세다. 재경원은 원인규명을 못하고 있다면서 좀 더 관망해야겠다는 말만 했다고 뉴스는 전한다.분석가들은 여러가지 나쁜 재료를 열거한다.북한군의 동태가 심상찮다는 소식 때문이라느니,내년에 공급될 주식물량이 과다할 것이기 때문이라느니,종합금융 소득대상에서 제외되는 만기 5년이상 채권이 하도 인기라 그 상대적여파로 주식이 그만큼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분석마저있다.또 내년 경제가 연착륙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당연히 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에서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정국 지진(地震)때문이라는 가설도 있다.
이번과 같은 엿새 연달은 주가하락은 흔한 일이 아니다.투자자들이 무슨 곡절인지 단단히 불안심리를 타게된 것만은 사실이다.
흔히 「나비효과」라는 용어를 쓰지만 나비 한마리의 날갯짓으로 시작된 공기의 파동이 기류 난조(亂調)를 증폭시켜 마침내 폭풍으로 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시장경제의 체온이다.크게 염려할 필요 없는 미세한체온변화는 사람몸에도,주식시장에도 언제나 있지만 이번 주가 폭락은 주시해야 할 이상(異常)이다.불안이 불안을 낳고,그 불안이 다른 불안을 낳는 연쇄작용일 수도 있다.다만 이번 불안은 그 바이러스가 시장안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밖에서 생겨 시장안으로 번져들어온 것만은 분명한 것같다.별다른 부양책을 쓸 것도없고,써서도 안될 것이다.
경제라는 것은 보기와는 달리 연약한 것이다.쉽사리 깨지는 유리그릇과도 같다.안정된 사회가 아니면 경제적 번영은 지속할 수없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주식을 살 돈이 없거나,경제전망이어둡거나,투자자에게 마음의 안정이 없기 때문이다.이번 경우는 불안의 원인을 찾아 이것을 없애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주식시장이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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