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험 다큐 "700년전 약속" 제작김윤영 PD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MBC는 역사탐험 다큐멘터리 『700년전의 약속』을 내년 7월 방영한다.신안 앞바다 유물선을 복원,내년 5월 중국에서 일본까지 항해한 뒤 선박 제조와 항해과정 전체를 담는 이 다큐멘터리의 총제작비는 약 30억원.중국과 일본측의 분 담분을 제외하고 MBC측의 순수 부담금만 약 10억원이다.이 프로에 붙는광고수입은 3억원쯤에 불과하다.왜 MBC는 「밑지는 장사」를 감수하고 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가.MBC교양제작국 기획제작팀장김윤영(42)PD의 사연을 들어본다 .
[편집자註] 『몽상가.』주위 사람들은 김윤영PD를 그렇게 부른다. 그가 거액을 들여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배를 복원하고 중국에서 일본까지 항해하자고 했을때 주변사람들은 꿈같은 소리라고 했다.
김PD가 『700년전의 약속』제작을 실현시킨데는 「꿈」뿐 아니라 「약속」이 있었다.91년 세상을 떠난 최광남 목포문화재 보존처리소장과의 약속이다.
89년 봄 그에게 한 선배가 편지를 쥐어줬다.최소장의 편지였다.한때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중-일간 교역선인 신안 유물선을 복원하자는 제의였다.이튿날 바로 김PD는 목포로 가 최소장을 만났다.
『700년 전의 약속』이라는 제목도 이 만남에서 정해졌다.
『최소장이 그러더군요.당시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많은 약속을 했을 거라고.교토의 장사꾼들에게는 물건을 싣고 가겠다는 약속을,가족들에게는 무사히 돌아오겠다는 약속을.그 약속들을 700년 후인 지금 이뤄주자는게 제목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며 『곧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던 김PD는 일상에 쫓겨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2년이 흘렀다.김PD는 우연히 들춘 신문의 부음란에서 「최광남」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89년 김PD를 만날 당시 이미 위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있던 최소장이 사망한 것.
『700년의 약속을 얘기해 놓고 2년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떠나지 않았다.언젠가는 꼭 「700년전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인생의 짐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였다.
김PD는 그동안 수차례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회사에 제안했다.그러나 경비와 인력이 문제였다.93년말 광복50주년 특집 기획회의에서 김PD의 제안이 드디어 받아들여졌다.그해 12월부터 중국을 누볐다.옛 목선을 복원할 곳을 겨우 찾 아낸 것은 세번째 중국 방문에서였다.
중국 조선소로부터 『배의 중심 뼈대인 용골이 완성됐다』는 연락이 왔을 땐 차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곧장 중국행 비행기를타고 도착하자마자 호텔 대신 조선소로 향했다.길이 31짜리 배의 용골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눈물이 핑 돌았다.
올해 11월26일 진수식.김PD는 혼자 목선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잘 부탁한다.』순간적으로 배가 「꿈틀」했다는 느낌이 든것은 착각이었을까.
『내년 5월 중국의 경덕진도자기를 싣고 중국 닝포(寧波)항에서 목포와 오사카를 거쳐 교토까지 항해할 예정입니다.신안 앞바다에서는 진혼제를 올릴 겁니다.』 글=권혁주.사진=김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