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치권司正 강행 배경-여권내 유화론에 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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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이 정치적 절충을 통한 과거청산정국의 마무리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신한국당(가칭)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14일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부정부패와 군사 쿠데타의 오욕된역사를 청산하고 바로잡는 것이 정치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여권내의 유화론은 움츠러들게 됐다. 물론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상황을적당히 수습하려고 한다는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그는 일관되게원칙을 강조했다.그럼에도 여권이 이를 새삼 강조한 이유는 우선내부단속의 필요를 느낀 때문인 것같다.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유화론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민정계뿐 아니라 金대통령의 주변일부에서까지 국면전환을 얘기하기 시작했다.그래서 이같은 유화론이 대세가 될 가능성까지 보였다.이날의 발표는 이에대한 제동의의미가 있다.이같은 방침이 신한 국당에서 발표된 것도 짚어볼 대목이다.이날 고위당직자회의의 주재자는 김윤환(金潤煥)대표다.
당내 유화론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이 金대표다.그럼에도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면 이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金대통령의 강력 한 의지가 없다면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이같은 원칙의 확인에 金대표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는 것이 회의참석자의 소개다.새삼스럽게 정치적 절충 배제방침을 천명한 것은 정국주도권을 의식한 결과로도 해석된다.최근 야권은 일련 의 대화제의를 통해 청산정국의 분위기전환을 시도해왔다.이같은 제의에 여권 일부가 동조하기도 했다.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화」와 「협상」의 기운이 고조되고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에대한 제동과 긴장고조의 필요성을 느낀 것같다.
이같은 원칙의 재확인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권사정(司正) 때문이다.그동안 거론되던 「국면전환」이라든가 「여야대화」라는 말들은 사실상 「사정중단」의 다른 표현이었다.여권은이날 국면전환은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이 는 「정치권사정의 중단은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이와 관련해 정기국회 폐회뒤부터 사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여권내 소식통의 설명도 있다.
물론 이같은 강성기류가 엄포용이라는 분석도 있다.정기국회 폐회전 5.18특별법제정을 매듭짓기 위해 야권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이다.특별검사제주장을 희석시키고 특별법 표결을 강행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것이다.이와 별도로 야권에서는 대선자금 공개압력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도 한다.또한 이를 역으로 국면전환의 모양새 갖추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국면전환을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金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지고 해야 정치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만큼 현재의 유화기류 를 일단 차단하고 냉각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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