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틈 있다"판단 방향선회-DJ의 국정협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가 현정부를 「문민정부」라고 치켜세웠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비록 5.18 원흉들과 손을 잡았지만 문민정부라 할 수 있다』고 했다.또 『金대통령이 야당을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편 다면 어느 여당못지 않게 국정이 올바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며칠동안 침묵을 지키던 金총재는 주말부터 지구당창당대회를 다니며 협조론을 강조하고 있다.극한적인 용어를 써가며 「독재정권」으로 몰아붙이던 기세와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다.金대통령의 「배신」에 대한 성토도 어느새 「30년 친구 의 우정」을되새기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 방향 선회는 여권 기류에 대화의 여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金총재가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싸우겠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 방어적인 공세에 불과했다.비자금 정국 자체가 金총재를 겨냥한 정치공세라 판단했고,그런 공세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그동안 전례없는 강공으로 일관한 것도 먼저 「정치권내 해결」을 제기했다가 신한국당(가칭)강삼재(姜三載)총장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김윤환(金潤煥)대표를 재신임한 것은 신한국당내 강경기류가 한풀 꺾인 조짐으로 해석했다.
金총재가 『金대통령이 퇴임후 역대대통령 같이 또다시 불행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한 것도 『모두 적으로 돌려서는 퇴임후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한 측근)는 경고인 셈이다.『어차피 다음 총선도 지역구도를 벗어날 수 없다면 여당내누구도 金대통령의 퇴임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치권 사정이 제기되면서 당내에는 유화론이 부쩍 늘고 있다.전두환(全斗煥)씨의 반발도 양김(兩金)씨 사이의 신경전에 대한 명분을 퇴색시켰다.원칙론자인 김근태(金槿泰)부총재는5,6공세력의 반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주세력 이 대단결해야한다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金총재도 이런 흐름을 수용했다.지난주부터 시장과 전방부대를 방문하고 있는 것도 대화분위기 조성의 일환이다.정국의 관심을 민생문제로 돌리려는 것이다.사실 비자금 정국이후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심각하게 어려워지고 있다.이것은 金대통령 을 민생안정을 위한 대화로 끌어내려는 압력인 동시에 보수층에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자세를 보여주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셈이다.
김진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