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박근혜 총리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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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국무총리.

한나라당에서 요즘 가장 빈번하게 오가는 국정쇄신책 논의 중 하나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질문받고 답하는 쪽은 친박근혜 성향의 인사가 많다. 3선의 허태열 의원은 9일 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표의 총리설에 대해 “구체적인 제의도 실체도 없는 것을 놓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총리가 얼마나 많은 독자적인 권한을 갖느냐, 또 대통령과의 신뢰관계, 국회를 지배하는 한나라당과의 협조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가가 중요하다”고 여지를 뒀다. 김학원 최고위원도 근래 “청와대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밑 논의는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그룹에서 활발하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그룹에서 주로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상득 의원이 박 전 대표 총리 카드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상득 의원은 이날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갔다. 국정쇄신책을 건의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의원 주변에선 “박 전 대표 총리론도 거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상득 의원과 거리가 있는 4선의 남경필 의원이나 이명박 직계로 불리는 권택기·조해진·김용태 의원 등도 긍정적인 편이다. 한 소장파 의원은 “여러 가지 루트로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의 총리 기용에 대한) 진지한 보고가 들어가고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박근혜 총리 카드가 성사되기 위해선 하지만 몇 가지 난제가 풀려야 한다.

우선 두 사람의 소통 문제다. 주변에서 “직접 만나기보다 중간에 사람을 세워 대화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전 대표 측이 얘기하는 ‘진정성’에도 이견의 소지가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주로 책임총리 수준을 거론하지만 이 대통령은 권한 위임에 덜 적극적인 스타일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론 두 사람 간의 신뢰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 정국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보면 ‘우리들과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는 구절이 있다”며 “이 의미는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큰 의무라는 것을 다짐하는 것”이라고 썼다. 당 주류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나서 ‘정권 퇴진 운동은 안 맞다’고 하는 마당인데 박 전 대표는 복당 얘기 외엔 그간 국가를 위해 무슨 역할을 했느냐”는 비판적 얘기도 나온다. 정작 이 대통령은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고정애·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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