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 온 이탈리아 피에트로 前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검사는 「잘못된 수사」를 두려워 하거나 「지나친 열정」도 금물이다.오직 법만을 따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탈리아의반부패 사정운동인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통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44.사진)전검사는 수사에 임하는 검사의 기본자세를 이렇게 설명했다.8일 오전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 일문일답.
-한국에서는 검찰의 독립성 문제에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이를 어떻게 평가하며 소신은 무엇인가.
『한국의 사법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평가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이탈리아 검찰은 판사와 함께 사법부에 소속돼 있다는 점이독립성 유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검사의 독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
』 -이탈리아에서도 정경유착의 부패고리가 문제로 제기돼왔다.근본원인이 무엇이며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이런 고리는 동서고금.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다.그러나 실제로 그 해결책은 없다.사법적 방법만으로 이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윤리적 접근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 -한국 검찰은 전직대통령의 군사반란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가 이를 번복했다.어떻게 생각하나.
『말할 입장이 아니다.다만 이탈리아에서 기소여부는 검사가 아니라 판사가 결정한다.일단 판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면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한 검사는 수사를 재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탈리아에서도 경제계 비리수사 당시 경제위기론이 제기됐었나.
『합법적인 경제를 원하는지,불법적이더라도 잘 굴러만 가는 경제를 원하는지는 정부가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물어볼 사항이다.
효율성만 따지자면 마피아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경제체제가 아니겠는가.』 -정치권 수사를 하면서 개인적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같은 입장의 한국 검찰에 조언할 말은.
『물론 수사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한국 검찰도 큰 용기를 갖고 진행중인 수사를 잘 이끌어나가길 기대한다.』 배명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