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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簞食瓢飮-구차하고 보잘것 없는 음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簞은 본디 대나무(竹)로 엉성하게(單) 얽은 작은 소쿠리를 뜻하며,食는 파음자(破音字)로 「먹다」일 때는 「식」,「밥」일때는 「사」로 발음한다.
따라서 簞食瓢飮은「도시락 밥과 표주박 속의 국」으로 구차하고보잘 것 없는 음식을 뜻한다.
줄여서 단표(簞瓢)라고도 한다.
공자는 일생동안 무려 3,000명의 제자를 두었는데 그중 가장 총애했던 제자는 안회(顔回.일명 顔淵)였다.수제자 중의 수제자인 셈이다.
그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쳤으며 워낙 학문을 좋아해 나이29세에 벌써 백발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덕행(德行)이 뛰어나 스승인 공자 자신도 때로 그로부터배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물주는 그에게 뛰어난 재능과 함께 가난을 안겨 주었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 끼니 거르기를 밥먹듯 했으며 평생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 뿐인가.나이 서른하나에 요절하고 말았으니 공자가 오죽했으면 그의 죽음을 두고 「하늘 탓」이라고 한탄했을까.
그러나 그는 가난을 운명인양 받아들이고 늘 낙천적으로 살았으며 덕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는 그를 찬탄해마지 않았다.
『장하구나 안회여! 簞食瓢飮과 누추한 뒷골목에 살면서도 불평이 없구나.그럼에도 성인의 도를 추구하기에 여념이 없으니 이 얼마나 장한가.』 물론 지금 안회와 같은 삶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식주가 해결된 지금 과연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자가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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