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중풍] 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10년 후 복지위기 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이성희(57·사진) 한국치매가족협회 회장은 “치매는 2~20년 동안 건망기·혼란기·치매기 등 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환자가 이상 행동을 하기 때문에 가족이 많은 고통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 가족으로 인한 가정불화가 가족 해체까지 불러올 수 있으며 이들의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협회 홈페이지(www.alzza.or.kr)에 올라오는 치매 가족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지 못할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고령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치매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율 7~14% 미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3%를 넘어 고령사회가 된다.

이 회장은 “노인들의 대표적 질병 가운데 하나인 치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해 전문가들은 10년 후 ‘복지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현상의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세대는 현재의 중·장년층이다. 그들은 노인이 돼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을 보살펴야 하는 부담을 지는 샌드위치 세대가 될 수 있다. 이 회장은 “나도 50대 후반인데 아버지가 85세”라며 “몇 년 전 아버지가 뇌졸중을 앓다가 치매에 걸렸다”고 말했다.

현재 치매 환자에 대한 정부 정책은 중증 환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방에 대해선 특별한 대책이 없다. 정부는 중증 환자 보호와 치매 예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는 저소득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일반 가정의 치매 환자는 가정의 책임으로 떠넘겼다”며 “치매 환자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치매가족협회는 회원이 3000여 명이며 1991년 만들어졌다. 협회는 치매 노인과 가족을 중심으로 치매 상담·조사, 가족 지원, 치료·원인·예방교육은 물론 치매 노인이 길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팔찌 보급도 하고 있다. 협회는 KT&G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 치매 환자를 부양하는 치매 가족의 자조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고, 모임 참석이나 인터넷 상담이 어려운 가족을 위한 전화상담도 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김창규·김은하·백일현·김민상·이진주 기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