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호주 몽키미아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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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유난히 진한 남색을 띠고 있는 호주의 서쪽바다.조용한 백사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40명 가까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채 바다를 바라본다.바다에는 아무것도 없다.바다위를 나는 갈매기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잠시 후 누군가 조심스레 발꿈치를 들고 손가락으로 먼 바다를가리킨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의 시선은 그곳으로 모여진다. 그러나 바다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가끔 바다 한가운데 강한 햇살을 받은 무엇인가가 반짝일 뿐….10여분이 지난 후에야 반짝이는 물체가 한 무리의 예쁜 돌고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른 키만한 돌고래는 5~6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타나며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신기한 일이었다.간혹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가볍게 등을 쓰다듬으면 반갑게 몸짓을 한다.잠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돌고래들은 다시 먼 바 다로 되돌아간다. 호주의 서쪽끝에 있는 몽키미아는 웬만한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는 아주 조그마한 바닷가다.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돌고래가찾아오면서 독특한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곳이다.
몽키미아는 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800㎞쯤 떨어져 있다.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시드니에서 퍼스까지 특급열차(3박4일)나 비행기(4시간)를 이용한다.그리고 다시 승용차를 타고 10시간을가야 한다.
이곳 주민들은 호주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영국에서 건너온 자유이민자가 대부분이어서 자존심이 강하다.
퍼스에서 몽키미아를 찾아가는 길에 있는 「남붕국립공원」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다.퍼스에서 북쪽으로 약 300㎞ 떨어져 있다.공원에는 피너클스라고 불리는 뾰족한 모양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다.서호주의 대표적 명 물이다.
단조로움.어쩌면 이 짤막한 단어 한마디가 국립공원을 잘 표현한 말일지도 모른다.한반도보다 넓은 면적의 서호주에서 단조로움의 미학(?)이 극치를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피너클스다.
사람키 절반밖에 자라지 않는 관목숲과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돌기둥들.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색깔과 형태가 거의 비슷한 돌기둥 사이를 거닐며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애쓴다.그러나 시원스럽게 풀어줄 그 무엇도 찾지 못한다.언제,어떻게 이같은 형태를 갖추게 됐는지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다.
피너클스는 가급적 석양무렵에 찾는 것이 좋다.낮보다 덜 따갑고 저녁 햇살을 받아 크고 작은 돌기둥이 적당한 명암을 이뤄 그야말로 일대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글.사진=송일봉(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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