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도 나라별로 차별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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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류가 끝났다고? 아직 실망하기엔 이른 듯하다. 방송 한류가 아시아 각국에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가·지역별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권영후)이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이사장 신현택)의 의뢰를 받아 발표한 ‘한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종합조사연구’ 보고서를 통해서다. 중국·일본·대만·베트남 등 주요 한류 국가 4개국의 전문가·시민 258명의 설문조사 결과도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 한류의 경우 중국은 한류가 최고점이었던 2005년 수준은 못 미치지만 회복 중에 있으며, 대만은 ‘한류 번성 지역’임에도 총수출액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지역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송·영화·가요 한류가 주춤한 가운데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한 게임 한류가 아시아를 사로잡고 있는 곳으로 조사됐다.

◇서서히 기지개 켜는 방송 한류=지역별 편차가 극심했다. 정체가 가장 심한 곳은 한때 방송 한류의 축이었던 일본. 시청률·편성 모두에서 경쟁력 약화가 두드러져 아예 ‘한류 휴면지역’으로 분류됐다. 한국방송 프로 수출액은 2006년보다 757만 달러 늘었으나 2007년 일본 지상파TV의 한국 드라마 정규 편성 수는 31편으로 2005년 64편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한류에 무관심한 젊은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2 도약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눈에 띄게 성장하는 지역은 베트남. 2006~2007년 한국 드라마 평균 시청률이 자국 드라마에 비해 10% 앞섰다. 중국의 경우는 지역별 편차가 컸다. 시청률과 편성 면에서 베이징→상하이→광저우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한류를 받아들이는 세력은 대부분 40~50대 시청자가 중심인데, 베이징의 경우 유일하게 20대가 핵심 시청층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대만은 반한류 의식이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반면 중국 대륙 시장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력을 감안해 앞으로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을 위한 테스트 베드 (시험대)라는 것이다.

◇게임 한류=(온라인)게임 한류는 단편적인 게임 수출을 넘어서고 있다. 일본에는 국내 게임회사가 자회사 형태로 진출했으며, NHN은 2007년 연간 매출 약 937억원을 기록하며 일본 게임시장 전체 1위에 올랐다. 대만에서는 한국산 게임이 온라인 게임시장의 60%를 차지했으며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발매된 ‘오디션’이 선풍적 인기를 불러일으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제작도 논의되고 있다.

◇한류 상품의 중앙 관리 시스템=보고서는 한류 드라마의 유통과 성과에 대한 정보의 수집·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류 드라마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한국드라마정보시스템(KODIS, KOrea Drama Informa- tion System)’의 구축과 ‘드라마 프로파일(Profile)’ 작성 등이다. 다른 드라마인데 영어 제목은 똑같아 해외 시장에서 혼선을 빚는 문제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한류가 지나치게 비즈니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킬 것도 함께 강조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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