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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 일대를 걷다 - ② 자유공원

중앙일보

입력

인천 자유공원에서 느끼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예술의 조화로움

싱그러운 초록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홍예문을 지나 자유공원으로 걸음을 더해도 좋다. 인천 응봉산 자락의 자유공원은 서울 탑골공원보다 9년 먼저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무엇보다 산책로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까지 올랐다면 자유공원 광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와 항만시설, 시원스레 펼쳐진 서해바다의 전경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관망 포인트다.

■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

4개의 거리 테마 중 바로 자유공원 코스로 시작하고 싶다면 인천역보다 한 정거장 전인 동인천역을 이용하면 가깝다. 홍예문 윗길에서 시작된 자유공원 코스는 어느 길목보다 유유자적한 분위기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다. 가로수 그늘을 택해 걷는 것은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서도 좋지만 산책의 분위기를 한층 더 운치 있게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록빛의 나뭇잎 사이로 번지는 눈부신 하늘은 산책자들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이다.
걷다보면 개항기 이전의 인천의 풍경을 아스라이 그려볼 수 있다. 서너 집 건너 볼 수 있는 일본식 건물들과 담을 타고 흐르는 넝쿨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빨간 벽돌 건물은 거리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홍예문 윗길을 따라 예스런 풍치가 돋보인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풍경들은 익숙하면서도 예사롭지 않다.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인주미술관’이 나온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들러보자. 초록색 계단과 빨간 외벽의 건물은 그 선명한 색상의 조화 때문에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동네의 작은 이 갤러리는 자유공원 산책을 한층 더 예술적으로 만들어준다.
매달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인주미술관에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 전시관 한 가운데 티 테이블을 배치하고 있는데 여기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특히 높은 지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창가 자리에 앉으면 오밀조밀한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동네의 작은 갤러리는 지나는 이들에게 쉼의 자리를 내어준다.

길의 끝에서 풍겨오는 숲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면 본격적인 자유공원 길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옛 근대 개항장의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면 당장 숲으로 들어서지 말고 왼쪽 길로 돌아가자. 타원 형태로 둥글게 이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유공원 아래로 유난히 하얀 색의 건축물과 마주하게 된다. 인천항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 이국적인 분위기의 2층 건물은 개항기 인천에 거주하던 영국·미국·독일·러시아·일본인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사교장으로 사용했던 구)제물포구락부다.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한다.

옛 제물포구락부. 개항기 이곳에 거주했던 외국세력들의 사교장이었다.

제물포구락부 건물은 1914년 조계폐지 이후 여러 차례 변신을 거듭했다. 1931년에는 정방각(情芳閣)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 장교클럽으로, 휴전 후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변신을 꾀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인천문화원으로 사용되다 2007년에서야 제물포구락부로 재탄생했다. 그런가하면 제물포구락부 건물 앞에는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한옥과 화사한 정원을 자랑하는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이 자리하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서양의 건물이 마주하며 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옥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

제물포구락부 건물의 계단 옆으로 2층 입구가 보인다. 계단을 타고 오르면 인천 자유공원이 나온다. 사방이 탁 트인 자유공원은 시원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특히 자유공원 광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시가지와 인천항, 시원스레 펼쳐진 서해바다를 보노라면 반복되는 일상에 눌렸던 가슴은 물론 머릿속까지 탁 트인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이곳까지 오른 더위가 싹 가신다. 광장 한쪽에는 꽃 담장으로 둘러싸인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탁 트인 자유공원은 시원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시원시원한 전망과 바람에 더위를 식힌 후 걸음을 옮긴 곳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한 세기 동안 맹방의 결속을 다진 한미 양국의 영원한 우애와 유대를 상징하는 이 탑은 돛을 형상화한 8개의 외형물이 인간, 자연, 평화, 자유를 상징하고 있다.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앞에서 숲길을 빠져 나오면 자유공원의 마지막 지점인 팔각정에 이른다. 인천 응봉산 자락에 자리한 자유공원은 공원 곳곳에서 삼림욕을 하듯 아름다운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산책로는 연인들의 주 데이트 장소가 된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최경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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