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사관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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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권 인사에서 우리금융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오래 일했거나 잠시 거쳐간 인사들이 금융계 요직에 두루 포진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첫 수장이 된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상징적인 사례다. 그는 2001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 전략총괄 부회장을 지냈다. 민유성 신임 산업은행 총재도 전 위원장과 같은 시기에 우리금융 재무총괄 부회장으로 일했다. 얼마 전 취임한 이대우(61) 수출입은행 감사도 옛 한일은행을 거친 우리금융 출신이다. 강릉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우리은행 영업본부장, 우리카드 관리본부장, 우리투자증권 상무 등을 역임했다. 수출입은행 감사를 민간 출신이 맡은 것은 1980년 이후 28년 만이다.

게다가 5일 확정될 우리은행장엔 이종휘(59)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 유력하다. 대구 달성 출신인 이씨는 경북대 사대부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70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여신지원본부장·경영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에 앞서 4일엔 우리금융지주 산하의 경남은행장에 문동성(59)씨, 광주은행장에 송기진(56)씨가 내정됐다. 문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경복고·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나와 우리은행 부행장을 지냈다. 전남 벌교 출신인 송 내정자는 벌교상고·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우리은행 부행장을 맡고 있다. 두 내정자 모두 옛 상업은행 출신이다.

외부 발탁이 대세인 최근 각 분야의 인사와 달리 내부 기용으로 채워진 것이다. 한 금융 공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도 부원장보의 절반을 외부 인사로 채우는 판에 우리금융에만 자사 출신으로 CEO를 채우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의 한 간부는 “임원을 거친 인사 풀이 두터워 쉽게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그 배경에 고려대 출신이자 옛 한일은행을 거쳐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지낸 이팔성(64)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은행장 추천 과정에서 회장으로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쏠리는 시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과거정부 때부터 학연·지연을 바탕으로 풍부한 인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또 당초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참가했다 낙마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대표적인 ‘MB 인맥’으로 불리는 그는 쉽게 이사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천위원들의 반발로 3배수 후보에 들지 못했다.

이후 증권선물거래소는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를 계기로 금융계에선 그의 영향력이 확인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뒤에도 그는 금융감독원장·산업은행 총재 등 굵직한 자리에 늘 후보자로 거론돼 오다 결국 우리금융에 안착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 내정자와 관련해 시중에 나도는 얘기는 잘 알고 있다”며 “어쨌든 바람막이가 돼 줄 힘 있는 인물이 회장으로 온 것에 대해선 조직 내부에서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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