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융 시장 16조원 성인 20명 중 1명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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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세 이상 국민(3500만 명)의 5.4%인 189만 명이 연 72.2%의 고금리를 물면서 대부업체 등 사금융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높다 보니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만 26.4%에 달했다. 정부는 대부업체의 연체 대출금을 사들여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빚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고금리 대출자가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는 3일 대부업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달 중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 뒤 늦어도 12월에 이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10명 중 6.5명이 “돈 못 갚아”=금융위는 4월 한 달간 약 1만8000개 대부업체와 대출자 300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일부 연구소가 사금융의 시장 규모를 18조~40조원으로 추정한 적은 있지만 시장 규모와 이용자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189만 명이 1인당 873만원을 빌려 전체 사금융 시장 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를 제외한 등록·무등록 대부업체의 총 대출규모는 10조원에 달했다. 127만6000명이 1인당 783만원을 꾼 것이다.

평균 이자율은 연 72.2%(이용자 답변 기준)로 법정 이자율 상한(연 49%)보다 훨씬 높았다. 등록 대부업체의 이자율은 37~44%로 조사됐다.

연체자(26.4%) 가운데 3개월 미만 연체가 많았지만(46.5%) 1년 이상 연체(29.4%)도 많았다. 연체자 중 35.5%만 “상환할 수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6.5명은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금융위 우상현 중소서민금융과장은 “소득보다 많은 돈을 빌린 이가 많아 내버려 둘 경우 취업·대출에 제한이 따르는 금융 소외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빚 부담 경감 추진=금융위는 대부업체 이용자(127만6000명) 중 3개월 이상 연체자(34만 명)를 중심으로 이달 중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방법, 지원 규모, 재원 조성 방안 등을 마련한다. 우선 6개월 이상 연체된 대부업체의 부실채권을 신용회복기금을 이용해 사들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경우 채무자 입장에선 빚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대출금을 갚고 있는 이용자에게는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금을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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