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再수사 명분찾기' 애쓰는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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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18 수사를 둘러싼 법리해석과 관련해 검찰 입장이 상당한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나같이 특별법제정 발표이후 재수사를 위한 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들이다.
말하자면 재수사 명분을 만들기 위해 검찰의 과거 판단을 뒤집을 근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우선 5.18 관련자 처벌의 핵심 전제조건인 공소시효 기산점(起算點) 해석과 관련,상당한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5.18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소시효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장윤석(張倫碩)서울지검 공안1부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 사건 공소시효 기산점을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 하야일인 8 0년 8월16일로 본다고 답했다.
당시 張부장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한낱 사견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발표이후 검찰 수뇌부 판단은 다르다.
최병국(崔炳國)대검공안부장은 최근『수사결과 발표뒤 서울지검 공안1부장이 밝힌 공소시효에 대한 견해는 사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경우 공소시효 기산점을▶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 1월24일▶제5공화국 헌법에 따라 전두환(全斗煥)씨가 대통령에 취임한 81년 3월3일▶국보위가 해체된 81년4월10일중 하나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입장 을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 내란죄의 공소시효(15년)가 아직도 진행중에 있다는 입장정리만하면 재수사 명분은 자연스럽게 생기고,따라서 5.
18특별법에 따른 특별검사제나 재수사 명령같은 굴욕을 면할 수있는 길이 열린다.
검찰의 또 다른 입장변화는「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부분.이는 5.18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공소권 없음」결정의 주문(主文)이나 다름없는 해석이다.
당시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경우 쿠데타에 의해 창출된 헌정질서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헌정질서 중단)으로 이어져 국가존립기반에 위해 요소가 되며 국정에 혼란이 잇따른다는 논리를 전개했었다.
그러나 이제 검찰은 이같은 해석에서 한걸음 물러나고 있다.
즉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특별법제정 지시 자체가 5.18을실패한 쿠데타로 규정한 결과여서 새로운 헌정질서 창출로 본다는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5.18 관련자 처벌을 전제로 한 특별법 마련 방침은 새로운 헌정질서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전 헌정질서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됐던 신군부의 성공한쿠데타는 실패한 쿠데타가 되는 셈』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같은 검찰수뇌부의 입장변경에 대해 소장검사를 중심으로 한 검찰내부는 자괴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불과 4개월 전 검찰의 명예를 걸고 내렸던 사법적 판단을 뒤집기 위해 이같은 궁색한 논거를 마련하기 보다는 차라리 헌법제정권력(국민)의 요구에 따라 재수사 요건이 생겨났다는 논리가 「국민의 검찰」에 보다 가깝지 않느냐는 것이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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