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파장-일촉즉발 민자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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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민자당내 갈등이다.언젠간 터지리라 여겨졌다.오히려 안터지는게 이상했다.당명변경방침이 결국은 불을 댕겼다.그에 따른 지도체제개편문제가 기름을 부었다.
김윤환(金潤煥)대표는 24일『사람만 바꾸면 되지 지도체제개편은 뭐하러 하나』라고 말했다.그는 『당명변경은 6공과의 단절이아니다』고 말했다.『그것은 6공비리와의 단절』이라고 강조했다.
당명변경에 이은 민주계의 지도체제변경 주장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인식한 것이다.자신의 거세의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면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태도다.
金대표의 말은 용퇴의사나 다름없다.그러나 그 정도가 아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자꾸나를 흔들려하나본데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를테면 잘라보라는 얘기다.한번 해보자는 생각인 듯하다.단단한 각오를 한 것같다.일전불사태세다.
마침 이날 아침따라 강삼재(姜三載)총장도 기자들과 만났다.민주계중에선 누구보다 金대표를 잘 「모시는」 姜총장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 金대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대통령의 당명변경지시를 언론에 미리 흘렸다는 불만이었다.
물론 험담을 늘어놓지는 않았다.아마도 金대표 때문에 혼선을 빚었던 모양이다.그러나 그의 그같은 태도는 아주 이례적이었다.
金대표의 모종의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찌됐든 민자당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의 태도는 이날 갈등에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姜총장은 이날 낮 청와대의 부름을 받았다.당내에서는 아마도 「지도체제 개편이 없다」는 결론을 시달받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한 것이었다.느닷없이 5.18특별법 제정방침을 들고 돌아왔다.한술 더떠 전국위소집을 당분간 않기로 했다.가칭당명을 당분간 쓴다는 것이다.그것은 전국위가 당명개정말고더 큰 일을 하자는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지 도체제개편이 그중 하나일수 있다.
결국 청와대가 金대표의 이날 반발을 묵살한 것으로 볼 수 있다.청와대 역시 金대표에게 『해볼테면 해보라』는 메시지를 보낸것같다.물론 金대표를 누구보다 믿기에 그같은 모습을 보인 것일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金대표는 아마도 장고(長考)에 돌입할 것같다.그의 주변에선 신당창당권유를 많이 하고 있다.그러나 金대표는아직 거기까지 생각하는 것같지는 않다.그는 이날 오찬에서도 『신당을 창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당내 투쟁을 생각하고 있는 것같다.왜냐하면 金대표의 말대로 그를 함부로 다룰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계 역시 일단은 움츠리고 있다.최형우(崔炯佑)의원은 이날아침 金대표를 방문하기도 했다.그자리에서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야 된다』는 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金대표가 펄펄 뛰는게 이상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좀처럼 해결은 어려울 것같다.당장 5.18문제에 따른 갈등이 생길 것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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