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특별법 제정-특별법과 憲裁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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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의 5.18특별법 제정방침이 발표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이상기류에 휩싸여 있다.
27일로 예정된 5.18 불기소 처분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대한 전원재판부(주심 金汶熙재판관)7차 평의를 앞둔 재판관들은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모두 「심각한 고뇌」에 빠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성공한 내란에 대한 처벌 가능성여부」문제다.
재판관 대부분은 『성공한 쿠데타는 사법심사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검찰의 논리와 『5.18관련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똑같은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여론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미국.프랑스등 선진국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없었고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5.18과 달리 정권성립 이후 민간인 탄압부분만재판에 넘겨졌다.
따라서 헌재는 세계법률사상 최초의 선례를 남기는 부담까지 안게 된 것이다.
일부 재판관은 외국 법조비사(비史)까지 읽어가면서 고민중이며불면의 밤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김용준(金容俊)소장 체제의 2기재판부가 1기재판부에 비해 보수적인 색채가 짙어 헌재가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5.18사건에 대한 재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2기재판부가 검찰의 12.12관련자들에 대한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1월20일 7대2의 의견으로 기각한 것은 헌재의 「컬러」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사람은 조승형(趙昇衡).고중석(高重錫)재판관이었다.
그러나 5.18사건의 한 당사자인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부정축재사건으로 구속되면서 헌재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던 것으로 알려졌다.수천억원의 뇌물을 챙긴 파렴치범에게 헌재가 면죄부를 줄 경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 뻔하 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관계자들은 이번 5.18헌법소원 사건이 헌재의사활이 걸린 사건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여기에 민자당의 특별법 제정방침발표는 결정적으로 상황을 급변시켰다. 헌재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초연해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원론」일 뿐이지 「현실」은 정치권의 대세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이 재판부의 고민을 덜어준 것 같다』는 뼈있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당초 해를 넘겨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였던 이 사건심리는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연내에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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