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사 낙찰률 급락-비자금후 '몸조심' 담합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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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릴 쳐다보는 감시의 눈길이 워낙 많아 담합을 할 수없고 서로 경쟁하다보니 낙찰률이 낮을 수밖에….』 요즘 만나는 건설업체 수주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사치레로 건네는 말이다.이처럼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파동 이후 100억원 이상 대형 공공(公共)공사의 낙찰률이 뚝 떨어지는등 저가.덤핑수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종전에는 나눠먹기식 수주관행으로 보통 대형공사의 낙찰률이 예정가의 94%이상은 됐지만 최근들어 업체들간 담합이 깨지면서 이보다 20%이상 낮은 60~70%대에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 19일자 25면 참조〉 또 담합사실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낙찰률을 낮게 해 공사를 수주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6공때 건설업체들과 발주기관들이 서로 짜고 대형 공공공사를 예정가격의 95%이상으로 수주한뒤 그 대가로 盧씨에게 거액을 상납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밝혀지면서 건설업체들이 극도로 몸조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한국도로공사에서 28개 대형 건설업체가 참가한 가운데진행된 경부고속도로 청원~중약간 확장공사 2공구의경우 현대건설이 예정가격의 69.4%인 691억1,810만원에 덤핑수주했다.이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1공구 낙찰률 97 .6%보다 무려 28.2%포인트 낮다.
7일 조달청에서 있었던 제주도 서귀포~남원간 도로포장공사와 영주~오현간 도로공사 4공구 입찰에서 쌍용건설은 공구별로 각각27개 참가업체중 가장 낮은 예정가격의 69.1%(229억600만원),70%(210억6,000만원)를 써넣어 낙찰 예정사로선정됐다.
이와함께 14일 시행된 호남복선3공구(소정리~목포간)노반신설공사 입찰에서는 극동건설이 예정가의 91.4%인 492억원을 투찰해 예비낙찰자로 선정됐고,도로공사가 20일 입찰에 부친 경부고속도로 청원~중약간 3공구도 현대산업개발이 예 정가의 92.5%인 1,054억3,500만원을 써내 낙찰자로 지정됐다.
이들 2개 공사는 그동안 연고권을 주장했던 업체가 수주했으나낙찰률이 너무 높으면 담합의혹을 살 소지가 있어 종전보다 금액을 다소 낮춰 수주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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