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교체 祭物"설 땅 찾는 민정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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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자당은 23일 썰렁했다.당명변경작업에 착수한 당같지 않았다.매일 열던 고위당직자회의는 취소됐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막바로 전주-완산 지구당 개편대회에 내려갔다.
김윤환(金潤煥)대표도 마찬가지였다.새벽부터 집을 나선 뒤 잠시 행적이 묘연했다.당명변경으로 상징되는 당내 구도 변화에 불만을 품고 낙향했다는 얘기가 대두됐다.
확인결과 허주(虛舟)는 시제(時祭)를 지내기 위해 귀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유있는 귀향」임이 밝혀지자 허주 측근들은 대표 경질설.지도체제 개편설에 대한 진화작업에 나섰다.
비서실 관계자는 『어제 청와대에서 전국위원회 개최없이 당명을변경하는 방안도 타진해왔다』고 전했다.지도체제 개편설을 아예 잠재우기 위해 임시 당명의 사용을 제의해왔다는 것이다.
당분간 「가칭 당」이라는 이름을 쓰다가 2월께 총선 전진대회성격의 전당대회에서 당명을 바꾼다는 시나리오다.허주쪽은 『청와대가 그런 제의를 해왔음에도 우리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허주 쪽은 그 근거로 대구-경북 지역구 35석이 갖는 비중을강조했다.『대표 경질은 사실상 TK선거를 포기한다는 의미』라고확대해석도 시도했다.
당내 TK 의원들중 일부는 이런 견해에 동감을 표시했다.이승무(李昇茂).박헌기(朴憲基).김해석(金海碩)의원등은 23일 『민자당 이름은 더이상 쓰기가 힘들다』며 『당명변경보다 그후의 제도개혁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허주를 바꾸면 선거 치르는데 애먹는다』고 입을 모았다.「사람은 바꾸지 말고 제도만 바꾸자」는 주장 속에 이들의 고민이 엿보였다.
민정계 중에서도 수도권 의원들은 변화의 폭을 조금 넓게 잡았다.이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지도체제를 바꾸지 않고 넘어갈 수있을까』라며 손익계산을 해보였다.자신이 공천에서 살아남는다는 전제아래 『어느정도의 물갈이는 필요하다』고 토로 했다.
민정계의 중진.다선의원들은 또 달랐다.전반적인 위기감 속에서자신의 향후 입지 모색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민정계 양대산맥의하나인 이한동(李漢東)부의장쪽은 공천 물갈이 폭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한 측근은 『당명변경후 당 개혁 과정에서 계보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 중대결단에 몰리게 된다』고 짐짓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가하면 이만섭(李萬燮)의원은 『소속정당과 계파를 망라하고검은돈과 관계된 정치인은 차제에 자중하고 근신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지도체제 개편설이 본격 대두되면 李의원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더 늘어날 것같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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