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요원들 한달만에 해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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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3일부터 서울광장동 한강호텔에 투숙해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금지된 채 수능시험 문제를 출제해온 출제본부 요원 170명이 22일 「연금생활」 한달만에 풀려났다.
이날 제4교시 외국어 영역 시험이 시작된 직후인 오후4시20분쯤 출제장소인 호텔을 나선 출제위원 63명(외국인 2명 포함)과 검토위원 46명,관리요원 61명(경비경찰 7명 포함)은 오랜만의 「해방」에 후련하고 환한 표정들이었다.
5층짜리 호텔을 전세낸 출제본부는 교도소를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이 유지됐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계단은 폐쇄됐고 현관에는 1 간격으로 이중 철제문이 설치된 가운데 경찰관과 보안요원 3명이 24시간 감시했다.
호텔 건물 가까이에 외부인이 접근하면 즉각 경보가 울리도록 전자감응경보기가 설치됐고 외부와의 전화통화는 국립교육평가원측 출제관리대표의 결재를 얻어 경찰 입회아래 관리요원이 대신 하되대화내용은 모두 녹음됐다.
출제본부 요원의 외출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때문에 삽화담당 미술교사가 입소 5일만인 지난달 28일 장인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에 참석조차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외부인의 출입도 철저히 통제돼 지난 8일 격려차 방문한 박영식(朴煐植 )교육부장관도 몸수색후 경찰 입회아래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출제및 검토위원들이 이같은 연금생활을 하면서 출제를 위해 활용한 자료는 교과서에서 시판중인 문제집.참고서.전문서적.백과사전에 이르기까지 3,500여권으로 모두 라면상자 90개 분량에이르며 2.5 트럭으로는 3대 분량.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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