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묵비권 행사 결코 유리하지는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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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지금까지 세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고 대선 지원금과 같은 정치자금 부분등에대해선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盧씨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진술거부권,일명 묵비권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달을 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애가 타지만 盧씨의 진술을 강요할 방법이 없다.
盧씨가 중요 부분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까닭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있다.
무엇보다 이미 구속까지 된 마당에 더 이상 떠벌려 보았자 하등 유리할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검찰 수사에 협조해 구형량을 낮추는등 어느정도 양형상 배려를 받을 수있다. 하지만 예민한 부분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이를「숨겨놓은 카드」로 활용할 경우 앞으로 사면등 선처를 끌어내는데 유리하게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盧씨가 기회 있을때마다 자신이 여야 정치권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는 듯한 말을 내비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검찰은 盧씨의 진술거부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나중에 양형 결정단계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양형 결정때 범행후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있는지 여부를고려하게 되는데 묵비권 사용은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증거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특히 양심범이나 확신범등에서 종종 발견되는 경우처럼 일체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진술하고 불리한 내용에 대해선 입을 봉해버릴 경우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 다.
盧씨의 경우 비자금 조성경위를 낱낱이 밝혀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고 사죄하는 것이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는 행동이며『기업인 성금으로 5,000억원을 모아 정치자금등으로 쓰고 1,857억원을 남겼다』는 식의 답변은 자기 변명과 발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검찰은 盧씨가 지난 1일 연희동자택에서 자청해 사과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양형때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자수로는 보지 않고 있다.
자수란 수사기관에 대해 해야지 지인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盧씨의 태도가 재판과정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칠지모르나 사면등 후속 조치때는 오히려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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