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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클릭 한 번에 주머니 불리고 재테크 비서도 생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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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32면

‘패자의 게임(The Loser’s Game)’이란 이름난 논문이 있다. 미국 예일대의 기금운용위원회 의장인 찰스 엘리스가 1975년에 썼다. “펀드 매니저들이 펄펄 난다 해도 ‘비용’때문에 시장 수익률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펀드는 장거리 승부다. 다득점 스트라이커도 좋지만 실점을 막는 수문장도 중요하다. 투자자가 잃는 수수료(보수)를 최소화하라는 소리다. ‘복리의 마술’이 빚는 차이 때문이다. 노후를 위해 1000만원을 펀드에 넣어 해마다 10% 수익률로 50년간 굴리면 약 12억원이 된다. 그러나 12% 수익률이면 28억원을 손에 쥔다. 겨우 2%포인트 차이가 이렇게 무섭다. 이미 미국에선 투자자들이 과거 수익률이나 투자위험이 아닌 비용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한다(미 자산운용협회 조사).

마침 금융위원회에서도 펀드 수수료의 인하를 유도키로 했다. 투자자들이 실전에서 펀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최강의 무기는 바로 인터넷 펀드몰이다. 마침 올해 봄부터 펀드몰이 약속한 듯 새로 꽃단장을 마쳤다. 천금 같은 수수료를 아끼고, 투자 참모로 부릴 수도 있는 펀드몰들을 직접 클릭해 봤다.

얼마나 싼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각성제가 된 것은 미래에셋의 야심작 ‘인사이트’ 펀드였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노하우가 집약된 펀드라는 말에 투자자들은 연 3.49%라는 높은 보수를 기꺼이 감수했다. 그러나 인사이트는 중국·러시아·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값비싼 브릭스 펀드’라고 평가절하 받으며 ‘수수료가 아깝다’는 원성을 들어 왔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뒤로 이제껏 수익률은 -16%에 그친다. 반면 신한BNP운용의 브릭스 플러스 펀드(온라인 전용)는 수익률이 -15%로 비슷했지만 보수(연 2.5%)에선 훨씬 손해가 덜했다.

요즘 러브콜을 많이 받는 중남미 펀드도 마찬가지다. 하나대투증권의 ‘펀드하자닷컴’에 들어갔더니 하나UBS의 라틴아메리카 펀드(연 보수 1.97%)가 진열돼 있었다. 지점(2.87%)보다 판매 보수를 절반가량 덜 받는다. 대략 계산하면 원금이 1억원일 때 해마다 100만원가량을 아낀다. 펀드몰 담당자인 황순배 차장은 “보수율은 원금이 아닌 평가액에 대해 적용하므로 수익이 많이 나면 그만큼 절감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20%로 웬만한 중남미 펀드 중에서 상위권이다.
이번엔 삼성증권의 ‘Fn-e펀드몰’을 들러봤다. KB운용의 브라질 펀드(보수 2.36%)에 돈이 많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점에서 들면 보수가 2.7%다. 이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15%로 쏠쏠했다.

두 펀드는 모두 ‘온라인 전용상품’이고 투자지역도 비슷했지만, 수수료와 수익률 면에선 차이가 있었다. 발품을 조금만 팔아도 싸고 좋은 펀드를 고른다는 소리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노른자위를 골라 먹고 있다. 자산운용협회가 조사했더니 지난해 초에 설정액이 1000억원 수준이던 온라인 전용펀드는 현재 8000억원을 돌파했다. 50개도 안 되던 펀드는 250개를 넘었다. <그래픽 참조>

지난해 봄부터 불어 닥친 펀드 열풍을 타고 인터넷에 친숙한 사람들이 펀드몰로 몰렸다. 굳이 비유하자면 ‘디지털 노매드 투자족’쯤 된다. 이들에겐 0.3~2.6% 수준에 걸친 수수료가 매력이었다.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지점에서 동시에 팔리는 펀드의 온라인 보수는 0.1~1.6%포인트 낮았다.

물론 펀드몰에 온라인 전용만 있는 건 아니다. 보수가 싼 온라인 펀드를 구별하려면 이름 뒤쪽에 ‘E’ 혹은 ‘C-e’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지 보면 된다. 원하는 펀드를 찾아 펀드몰을 일일이 헤매고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땐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로 들어가 ‘전자공시→통계정보→회사별 통계’로 들어가면 30여 개 운용사의 331개 온라인 전용 펀드의 종류와 보수, 판매처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주치의 만들기

인터넷 펀드는 DIY(Do it you rself) 투자다. 스스로 메뉴를 고른다. 그러나 덜컥 펀드에 가입해 치명상을 입을 때도 많다. 최근 펀드몰이 갖가지 ‘예방주사’ 코너를 마련한 이유다.

삼성증권은 4월부터 ‘My 펀드평가’ 서비스로 투자자에게 경보 메시지를 날려준다. 펀드의 수익률과 자금 유출 등을 주시하다 문제가 생기면 e-메일을 보낸다. 동영상 애호파를 위한 ‘애플박스’서비스도 눈길이 간다. 예컨대 최근 인기인 ‘삼성그룹주 펀드’를 놓고 상품 책임자인 한국투자증권의 백재열 펀드 매니저가 직접 출연해 시원하게 설명해준다.

키움증권이 5월 중순 만든 ‘내 펀드 비서’ 코너도 비슷하다. 여러 펀드를 등록하면 손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회사 민석주 차장은 “2개가 넘는 펀드 판매사를 이용할 때 펀드 점검을 하려고 모든 판매사 홈페이지를 찾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내게 맞는 펀드 찾기’도 써먹어 보니 괜찮다. 투자 체질을 파악할 수 있는 코너가 대표적이다. 기자는 ‘공격형’으로 나왔는데 국내 펀드(50%): 해외 신흥시장 펀드(30%): 선진국 펀드(10%): 채권형 펀드(10%)로 투자 바구니를 짜라고 권했다. 물론 이에 맞는 구체적인 펀드도 고를 수 있다.

대신증권에선 ‘강남 펀드’란 이색 코너로 펀드 유행을 짚을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서울 강남·강북·강서권 지점에서 판매액 ‘10걸’에 뽑힌 펀드를 소개한다. 강남구에 마우스를 대니 최근 봉쥬르 차이나·슈로더 브릭스·삼성 장기배당주 펀드가 많이 팔린 것으로 나왔다.

‘세계 지도’로 친숙도를 높인 서비스도 눈에 띈다. 대우증권 ‘e펀드몰’은 나라마다 마우스를 올려 놓으면 편리하게 판매 중인 펀드와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다이렉트 명품 펀드몰’은 ‘장바구니’ 서비스를 새로 마련했다. 온라인 사업부의 어연정 과장은 “일반 쇼핑몰처럼 원하는 펀드를 골라 바구니에 담으면 매수·자동 이체 신청까지 일사천리”라고 했다.

이런 서비스를 직접 맛보니 ‘왜 진작 몰랐나’ 싶을 정도로 짭짤한 게 많다. 무엇보다 차근차근 곱씹어보는 맛이 있다. 사실 지점에선 쫓기듯 투자상담을 받을 때가 많다.

낚시질 피하기

“양적으론 컸지만 질적으론 모자란다.”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의 김혜준 연구원이 분석한 펀드몰의 현주소다. 예컨대 온라인 전용 펀드는 설정액이 1억원 미만인 것이 전체의 42%에 이른다. 10억원 미만은 71%에 이른다. 이런 ‘쥐꼬리 펀드’는 아무래도 매니저들이 소홀히 대접하기 쉽다. 따라서 “펀드몰에서 상품을 고를 땐 설정액도 깐깐하게 따지라”고 김 연구원은 당부했다. 수수료에만 혹해서 펀드에 낚였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소리다. 펀드 상품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전문적인 상담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 오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전(實戰)을 겪지 않은 초보 투자자라면 지점 방문을 병행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저렴하면서 안전성이 높은 펀드를 골라 복리효과를 누리도록 장기로 접근하는 전략을 쓰라”고 권했다.

아무튼 온라인 펀드의 매력은 갈수록 부각될 전망이다. 당장 금융위원회가 고객들이 누리는 서비스별로 펀드 보수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러면 온라인 전용 펀드의 보수도 더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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