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 콘텐트가 뿜어내는 진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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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호 06면

16년 동안 한 분야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을 만나고, 실제 달인인지 확인한다. 곧 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조소하고 쫓아낸다. KBS-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꼭지 ‘달인’의 주요 얼개다. 이 꼭지에서 달인이 내세우는 분야가 매우 하찮다. 웃음을 주기 위한 컨셉트지만, ‘생활의 달인’ 같은 방송프로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 달인은 한 분야의 전문가다.

-‘일반인 전문가’와 ‘인디라이터’ 왜 각광받나

하지만 전문직 드라마가 더 이상 새롭지 않듯, 이제 전문가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를 더욱 촉발시켰다. 사용자제작콘텐트(UCC)의 인기는 전문 제작자와 콘텐트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상이다. 우리는 경계의 모호함 속을 질주하고 있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일상생활 속에 깊게 자리 잡았고, 이 때문에 누구라도 기자고 사진가이며, 저술가가 될 여지가 커졌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스스로 의미 있는 존재로 여기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고와 행동을 추구한다. 이에 문화가 탄생한다.
종교·문학·예술·사상은 모두 의미를 추구한다. 혼자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그 의미성을 확인하려 한다. 이 때문에 표현의 욕구가 생기고, 표현의 매체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만 그 소통과 확인에 필요한 수단을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독점했다.

의미 추구는 콘텐트 소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존 전문가들은 다종다양해진 사람들의 의미 추구 욕구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더구나 복잡해진 일상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경험과 그에 따른 성찰, 그리고 노하우들은 따로 전문가를 요하지 않는다.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인디라이터로 많은 책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일촌과 이웃을 거느린 1인 미디어를 통해 의미를 추구하고 표현하며 소통·공유하는 가운데 책으로 묶어낸다. 또한 사회의 복잡성은 알려지지 않은 분야나 주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미처 전문가가 없다. 스스로 전문가가 된다. 전문 작가의 글쓰기 테크닉보다 뒤떨어지는 감은 있을지 모르지만 열정·생생함은 대중의 진정성과 순수성 갈망에 부합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열광하는 대중심리는 ‘날것’ 콘텐트에 더욱 관심이 크다. 이런 심리에서 기존의 전문성은 이제 오히려 작위적이고 상식적이다. 상업성을 위한 포장상품이다. 연출과 상품성에 질린 대중심리는 인위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생생한 내용을 원하고 있다.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이고, 읽는 이는 쓰는 이다. 사람 하나하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 생생한 삶의 함의점이 된다. 곧 각자의 삶이 역사다. 우리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모여 거대한 스토리텔링으로, 방대한 문화적 자산으로 축적된다는 문화 자율과 주체 심리가 인디라이터 현상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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