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EC과 한국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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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아시아 18개국정상과 통상및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가 개막됐다.우리나라는 호주와 더불어 사실상 APEC 창설국의 하나고,APEC외에는 경제및 안보면에서 다자간협의체에 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우리에겐 매우 비중있는 모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보고르에서 채택된 역내무역및투자에 관한 선언의 행동지침을 정하는 것이 주된 의제다.대체적인 행동강령은 이미 의장국인 일본이 다른 회원국 실무대표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의장국초안이 준비돼 있는 상태지 만 역시 이슈는 쌀개방예외화로 집약된다.이에 대해 미국은 쌀개방까지 포함해자유화의 예외없는 포괄성원칙을 고집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정상들이 만나기 직전에 의장국안(案)의 문구를 일부 수정,양측주장의타협안이 마련될 공산이 크다고 보 고 있다.
이런 전후맥락을 종합해 우리 정부는 정책의 원칙과 협상전략을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나중에라도 일본에 편승해 자유화를 지연시켰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이미 우루과이라운드협상결과에 따라 쌀개방은 진행중이고,농업부문에 서 나름대로 대책이 집행중이다.따라서 일단 쌀문제를 포함한 자유화의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쌀개방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역내의 무역자유화가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큰 그림에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각료급의 실제협상에서는 우리가 처한 어려운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우루과이라운드에서의 단계적 쌀개방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막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미국은 향후 대아시아정책방향에 관해 개입이냐 봉쇄냐를 놓고 저울 질하고 있고,유럽은 아시아 접근을 서두르고 있는 때에 한국은 중간 국가의이점을 이번 회의에서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경제문제외에도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지역안보및 정치역학관계의 변화를 유념해 주변 강대국과의 호혜 적인 관계정립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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