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다닐 때보다 수입 줄어도 행복은 늘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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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상근 변호사 8명과 간사, 인턴까지 스무 명 남짓이 일하는 서울 계동의 ‘공감(共感)’ 사무실은 턱없이 좁았다. ‘공감’은 ‘아름다운 재단’이 2004년 설립한 공익변호사 그룹으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처음엔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 구석을 얻어 시작했대요. 상담실·회의실도 생겼으니까 많이 좋아진 거죠.”

차혜령(32·사진) 변호사는 ‘공감’에 합류한 첫 대형 로펌 출신이다. 2005년부터 올 1월 말까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광장’의 변호사로 개인 사무실에서 비서를 두고 일했다. ‘광장’에서는 주로 건설사가 고객인 사건을 자문해 주거나 소송을 맡았다.

-왜 옮겼습니까.

“학교와 연수원에 다닐 때는 전업으로 공익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공익 활동을 병행하는 분도 계시는데, 두 가지를 다 하는 건 굉장히 어렵죠. 공익 활동이라는 것이 여가 활동을 하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둘 다 하기가 어려워 전업을 선택했어요.”

-월급이 확 줄었을 텐데요.

“수입이 줄어든 만큼 행복이 줄어드는 것 같진 않아요. 다른 곳에서 즐거움이 더 늘었으니까, 행복하게 살자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 이기적인 이유죠. 몇 년 안에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한 삶의 목표고, 제가 그걸 포기한 것도 아니에요. 다만 장기적인 것으로 남겨 둔 거죠.”

-그렇다 해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기부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변호사 한 명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일하게 됐잖아요. 그걸로 충분하죠. 들어올 때 ‘내 월급은 내가 모금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모금할 생각인가요.

“제가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사람이 200명…. 앗, 월급이 드러나네. 하하. 대략 200명을 모아야 하는데 한 명씩 모으고 있어요. (공익변호사 기금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느 단체든지 정기 기부자가 많아야 안정적으로 운영되죠. 저희는 전체 재정 중에서 17%가 개인 기부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로펌에서 받아요. 결식아동을 돕거나 물품 지원을 한다면 쉽게 공감하는데 법률 지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쉽게 와 닿지 않나 봐요. 법률 지원도 물질적 지원만큼 의미가 있는데 말이죠.”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여성인권과 빈곤·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은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곧 제 분야를 찾아 문 닫을 때까지 여기(공감)에 있으려고요. 그럼,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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