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 구석을 얻어 시작했대요. 상담실·회의실도 생겼으니까 많이 좋아진 거죠.”
차혜령(32·사진) 변호사는 ‘공감’에 합류한 첫 대형 로펌 출신이다. 2005년부터 올 1월 말까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광장’의 변호사로 개인 사무실에서 비서를 두고 일했다. ‘광장’에서는 주로 건설사가 고객인 사건을 자문해 주거나 소송을 맡았다.
-왜 옮겼습니까.
“학교와 연수원에 다닐 때는 전업으로 공익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적인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공익 활동을 병행하는 분도 계시는데, 두 가지를 다 하는 건 굉장히 어렵죠. 공익 활동이라는 것이 여가 활동을 하듯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둘 다 하기가 어려워 전업을 선택했어요.”
-월급이 확 줄었을 텐데요.
“수입이 줄어든 만큼 행복이 줄어드는 것 같진 않아요. 다른 곳에서 즐거움이 더 늘었으니까, 행복하게 살자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 이기적인 이유죠. 몇 년 안에 집을 사는 것도 중요한 삶의 목표고, 제가 그걸 포기한 것도 아니에요. 다만 장기적인 것으로 남겨 둔 거죠.”
-그렇다 해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기부금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변호사 한 명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일하게 됐잖아요. 그걸로 충분하죠. 들어올 때 ‘내 월급은 내가 모금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모금할 생각인가요.
“제가 월급을 받으려면 한 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사람이 200명…. 앗, 월급이 드러나네. 하하. 대략 200명을 모아야 하는데 한 명씩 모으고 있어요. (공익변호사 기금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느 단체든지 정기 기부자가 많아야 안정적으로 운영되죠. 저희는 전체 재정 중에서 17%가 개인 기부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로펌에서 받아요. 결식아동을 돕거나 물품 지원을 한다면 쉽게 공감하는데 법률 지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쉽게 와 닿지 않나 봐요. 법률 지원도 물질적 지원만큼 의미가 있는데 말이죠.”
-관심 있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여성인권과 빈곤·복지에 관심이 많아요. 아직은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곧 제 분야를 찾아 문 닫을 때까지 여기(공감)에 있으려고요. 그럼,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홍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