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전망>주가 오름세 꺾일 이유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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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금은 컵의 물이「반이나 남은」것을 보는 마음으로 느긋한 자세를 취해야할 때다.
「비자금」사건이 처음 터진 지난달 19일 이후 잘 버틴다 싶던 주가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종합주가지수가 지난 6일에서 10일까지 26.82포인트,2.7% 떨어졌다.좀체로 보기 힘든 대기업 총수들의 얼굴이 TV화면에 줄지어 나타나자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더구나 이미 오래 전에 증권사 객장에는 무녀 심(沈)모씨의 불길한 예언이 애매한 투자자들을 겁주고 있었다.
게다가 메릴린치 증권사의 미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태평양을 건너 국내주식시장까지 흔들어 삼성전자는 9일 하한가까지 내렸다.국내 경기활황의 주역인 「칩」장사는 이제 끝났단말인가.하나씩 따져 보자.
반복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75일 이동평균선(10일 현재 969.40)까지 내려와도 상승추세엔 아무 이상없다.8월중 75일선이 3번 무너졌다간 곧바로 회복됐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머지않아 9월말처럼 주가는 물론 모든 평균선들이 한곳에서 만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다만 주가가 75일선을 심각히 밑돌게 되면 곤란하다.상승장을 무위로 돌리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장사의 평균경상이익 증가율 35.8%를 비롯,95년과 96년의 예상치 40.4%,26.2%(쌍용증권 추정)가 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94년 평균 PER가 21.7이었는데 95년 예상 PER는 15.0,그리고 96년 예상 PER는11.9에 불과하다.기업가치를 따져봐도 주가가 낮다는 뜻이다.
동남아 어느나라와 비교해도 경제규모에 비해 국내상장사의 시가총액 비율이나 PER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금리가 연초 15%를 웃돌다가 최근 12% 아래로 떨어진 것은 또 어떤가.
코리아펀드(지난 9월말 총관리자산 약5,800억원)의 21%가 삼성전자인 것에 대해 펀드매니저 이정복(李正馥)씨는 최근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반도체 수요예측을 보나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기술수준과 가격경쟁력을 보나 우 려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 모 증권사가 내놓은 「98년까지 고성장을 지속할 한국의반도체산업」이라는 보고서로 인해 반도체 관련주식이 뛰던 일이 불과 며칠전이다.
노무라증권이 제지업을,다이와증권이 석유화학을 팔라고 해서 팔았다면 국내 증권사.투신사의 조사분석부.연구소는 존재이유부터 따져봐야하는 참담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국내증권사의 분석.예측능력이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하여튼 11일 종합지수는 10.30포인트 올라 976.25로 끝났다.616종목이 올랐고 181종목이 내렸지만 거래는 여전히 활발치 못해 두고 봐야 할 처지다.금융을 비롯한 소위 내수주들을 장기(6개월이상)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 는데는 아무 무리가 없지만 유동성.시장심리의 극적인 호전이 있기까지는시기상조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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