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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수학·과학의 서로 다른 개념 연결해 서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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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자연계열 논술은 대학이 평가하려는 수험생의 수리적·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 자료 분석 능력 등을 유형별로 세분화해 제시한 지면입니다. 교과서 개념들이 어떻게 응용 문제화됐는지 보여주며, 교과서로 수능도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대입 지도 경험이 풍부한 현직 교사들이 교과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게재 순서> 1.이해분석력 ① 사실과 원리, 주장과 근거 ② 그래프와 자료 해석 ③ 탐구자료 분석 2. 논증력 <2> 통합적 추론 3. 창의력

<집필> ▶김기권 경희고(지구과학) ▶김은주 덕수고(생물) ▶김흥규 광신고(수학) ▶이동흔 남강고(수학) ▶이효근 보인고(과학) ▶정형식 숭실고(물리) ▶조분순 여의도여고(화학) 교사 (가나다순)

STEP 1 오늘의 논술 들어가기

이번 호에는 서울대 자연계열 평가요소 중 하나인 논증을 위한 통합적 추론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논증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그 이유를 들어 밝히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옳고 그름을 나타낼 명제를 결론이라 하고 그 이유를 논거라 한다. 이유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전제(前提)를 뜻하며 전제를 들어 결론의 옳고 그름을 주장하기 위해 추론 형식을 취하게 된다.

논증의 과정에는 추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추론에 관한 사례와 그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자. 추론이란 논리학에서 주어진 정보나 전제에서 출발해 어떤 긍정할 만한 논의 형태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추론의 결과 이미 주어진 결론과 논리적으로 연결이 잘 이루어지면 논증의 절차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추론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타당한 전제로부터 특정 결론을 이끌어내는 연역법과, 많은 사실로부터 일반적 결론을 주장하는 귀납법, 이미 알려진 영역으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 가능성을 결론짓는 확률, 그리고 실제 집합의 몇 %가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가를 평균적으로 결론짓는 통계적 사고에 의해 이끌어진다.

자연계열 논술에서는 특히 다양한 사고와 결합한 통합적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통합적 추론 능력은 우선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수리적 과정의 적용, 수학과 과학의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개념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다음으로 주어진 자료와 변인을 고려한 설명 모형을 설계하거나 실험 설계에 나타나는 귀납적, 연역적 사고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증거와 과학적 개념에 기초한 추론 과정 그리고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타당성 여부가 통합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STEP 2 교과서 열어보기

화학에서는 원자나 분자처럼 너무 작아 실제로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입자에 대한 성질을 확인하기 위해 모형화(모델화)를 통해 현상이나 특징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는 드러나는 현상만으로 입자의 형태나 규칙을 찾아내게 되므로 추론의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 화학I 교과서의 물에 관한 성질을 통해 물 분자의 구조를 추론하는 과정과 이를 통해 물의 성질을 설명할 수 있는 증명의 과정을 보자.

▶ 물의 성질로 물의 분자 구조 추론하기

물은 전기분해 실험을 통해 수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전제1) 또 물은 수소 두 원자와 산소 한 원자가 전자쌍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결합한 물질이며 물 분자 자체는 중성이지만 수소 원자 쪽에 약한 양전하를, 산소 원자 쪽에 약한 음전하를 띠고 있어 극성을 갖고 있다.(전제2) 실험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전제로 인정된다.

이런 사실로부터 물 분자의 구조를 추론해 보자. 물 분자는 전제1로부터 3개의 원자 결합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분자를 형성하는 결합은 공유결합이며 전자쌍 반발로 인해 결합 부분은 최대한 떨어지려고 한다.(이는 전자쌍 반발의 원리로 알려져 있는 또 다른 사실이다)

따라서 공유결합 사이의 각이 180도를 이루는 선형구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형을 이루게 되면 선대칭 구조에 의해 극성을 띠기 어렵게 된다. 이는 전제2의 극성을 갖는 성질을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물 분자는 한 개의 산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굽은 형태로 결합하여 전기적 극성을 갖는 <그림 1>과 같이 굽은 구조로 나타냈다. 굽은 구조를 갖게 되는 이유는 공유 전자쌍 이외에 비공유 전자쌍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물 분자의 전기적 성질 때문에 <그림 2>와 같이 물 분자의 수소 원자와 다른 물 분자의 산소 원자 사이에는 약한 힘이 작용한다. 이것을 수소 결합이라고 한다. 물 분자는 굽은 구조와 극성을 나타내므로 극성을 갖는 다른 여러 물질(소금 또는 알코올 등)을 끌어당겨 분해함으로써 잘 녹이는 성질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물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수소 결합은 물이 다른 액체에 비하여 끓는점과 비열 및 기화열이 큰 이유를 나타내준다. 수소 결합 때문에 분자 사이에 힘이 더욱 크게 작용하므로, 물을 수증기로 변화시키거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에 비해 열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여름철 마당에 물을 뿌리거나 땀이 나는 것은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서 주변의 열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 물 분자의 구조로 물의 성질 설명하기

이러한 물 분자의 구조와 성질은 우리 주변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거나 추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겨울철 물이 얼면 부피가 증가하는데, 이를 알아보기 위해 물의 온도와 부피관계 및 물과 얼음의 구조를 <그림 3>에 나타냈다.


온도가 0℃보다 낮아지면 물은 수소 결합에 의해 분자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하여 빈 공간이 늘어나게 되어 같은 질량의 얼음이 물보다 밀도는 작아지고 부피는 커짐을 자료로부터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림 3>의 자료는 얼음이 되었을 때 부피가 증가하게 되는 추론의 근거가 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사실의 추론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 물에 얼음을 넣으면 얼음이 물 위에 뜬다.

· 겨울철에 호수의 물이 표면에서부터 얼기 때문에 수중 생물은 얼어 죽지 않는다.

위 사실 중 두 번째 사실에 대해 <그림 3>의 자료를 활용해 추론해 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해진다.

날씨가 추워져서 물 표면의 기온이 4℃가 되면 밀도가 커진 표면의 물은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더 추워져 온도가 4℃ 이하가 되면 표면의 물은 가벼워져 위에 머물게 되고 아래는 계속 밀도가 큰 4℃ 물이 분포하게 된다.

온도가 0℃ 이하로 되면 표면에서부터 물이 얼기 시작하며, 가벼운 얼음은 표면에서 외부와 단열 작용을 하게 되어 아래쪽 온도는 쉽게 내려가지 않아 수중 생물들은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게 된다.


STEP 3 기출문제 다시 보기

▶ 기출문제 : 다음은 경희대 2008학년도 수시2-1 문제를 참고로 논제를 변형해 출제한 내용으로 논증의 과정을 보이기 위해 변형했다.

▶ 논제 1 : 아버지와 어머니는 배드민턴 코트에서 경기를 하고 아들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모래판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보고 배드민턴 코트의 P 지점에 있던 아버지가 모래판의 Q 지점에 있는 아들에게 달려가려 한다. 아버지는 모래판보다 배드민턴 코트에서 2배 빨리 달린다고 가정한다.

아버지가 P 지점에서 Q 지점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경로가 <그림>의 빗금 친 삼각형 내부 영역에 존재함을 설명하여라.

▶ 논제 2 : 다음은 빛의 진행 경로에 대한 두 가지 주장을 나타낸 것이다. 위의 <논제 1>의 결과를 참고하여 각 주장에 대한 견해를 써라.

· 주장 1 : 빛의 직진 현상은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가 되는 경로로 빛이 진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주장 2 : 빛의 굴절 현상은 두 점 사이의 최소 시간이 소요되는 경로로 빛이 진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 해설

<논제 1>은 속력이 다른 두 매질에서는 최소 시간이 걸리는 경로가 직선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지를 묻고 있고, <논제 2>는 이러한 모형으로부터 빛의 굴절 현상이 최소 시간 경로로 진행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지를 묻는 논제이다.

<논제 1>은 직선거리가 최소 시간이 걸리는 경로가 아니라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R 지점보다 약간 왼쪽과 오른쪽에 두 지점을 잡아 왼쪽에 잡은 지점을 통과할 때에는 R보다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오른쪽에 잡은 지점을 통과할 때에는 R보다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S 지점보다 약간 왼쪽과 오른쪽에 두 지점을 잡아 동일한 방법으로 설명하여 R 지점의 오른쪽에, S 지점의 왼쪽에 최소 시간이 걸리는 경로가 존재함을 보이면 된다.

<논제 2>를 풀 때 <주장 1><주장 2> 중 하나만 옳다 그르다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이므로 <주장 1>에서는 동일한 매질에서는 빛의 속도가 일정하고 최단 거리와 최소 시간 경로가 모두 직선이므로, 최단 시간과 최소 시간 경로 모두 설명할 수 있음을 표현한다.

<주장 2>에서는 서로 다른 매질에서는 빛의 속도가 달라지므로 최단 거리 경로라면 직진하고, 최소 시간 경로라면 굴절함을 <논제 1>을 근거로 설명하여 빛은 최소 시간 경로로 진행함을 설명하면 된다.

<주장 1><주장 2>는 서로 다른 주장이 아니라 매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을 보충해서 설명해준다면 더욱 매력 있는 추론을 포함한 답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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