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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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민우는 채영이 따르는 술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호기있게 말했다. 그의 얼굴은 벌써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건 마치 천하를 논하는 것 같군요.대학교 때 운동권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 마시며 떠들던 때 이후로 정말 오래간만에 이런 자리를 갖는 것 같아요.저에게 만일 사회적으로 능력이 주어진다면 저는 우선 「어검술」이란 영화를 만들고 싶 습니다.』 『어검술?』 『네,초인을 다룬 영화죠.그 내용은 이렇습니다.어렸을 때 부모가 살해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소년이 원수를갚기 위해 무공을 연마합니다.그러나 원수의 무공은 워낙 고강해소년은 무공을 배우러 고수를 찾아 다닙니다.그러다가 그는 우연히 어검술의 고수를 만납니다.그는 초인적인 검술로 적을 베는 데 그의 실력은 이미 자연과 조화를 이룰 정도였습니다.소년은 그를 따라다니면서 여자와 집단등 많은 체험을 하면서 당당한 고수로 크게 됩니다.』 『그 영화는 언젠가 제 꿈 속에 나온 만주땅의 시나리오 작가의 작품입니다.저는 이 꿈을 꾸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시나리오를 잘 엮어 영화로 만들면사회에 성숙과 남자 어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리라고생각 합니다.』 『남자어른?』 상운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채영은 자기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상운이 민우의얘기에 빨려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상운의 특징은 새로운 것은 일단 철저히 흡수하고 난 후에 행동을 개시한다.
상대의 창조성을 충분히 흡수해 상대가 더이상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는 예기치 못하는 창조성으로 상대를 시험에 옭아넣는다. 그래서 민우가 계속 헷갈리는 이야기로 상운의 호기심을자극하는 한 아직은 민우의 신변은 안심을 할 수 있다.
민우는 빙긋이 웃으며 상운에게 술을 한잔 권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남자 어른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자꾸 사회적으로 허약한 현상들이 튀어 나오고 있으니까요.광개토대왕은 18세때 백제 땅을 정벌하고 아인슈타인은 26세때 상대성원리를 발견했지만 지금 그 나이또래의 남자들이 그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문명은 계속 발달하지만 남자들의 성숙은 퇴보하고 있는 것입니다.허약한 남자들이 우리사 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비단 직장이나 가정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치에서도 나타납니다.대표적인 것이 이번의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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