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오피스텔, 너의 정체는 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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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헷갈리기는 5년여가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세종합상담센터에는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에 공개된 것만 올 들어 31건이다. 임대사업자가 특히 많다. 보유·양도세는 주택에 준해 부과되는데,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보는 건축법 규정 때문에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 없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꼬리를 물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을 더 키웠다.

◇헷갈리는 규정=세금은 실제 용도대로 부과된다. 오피스텔 외 다른 집이 없으면 주거용으로 분류되는 게 유리하다. 1가구 1주택자가 돼 양도세를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 있으면 업무용으로 분류되는 게 낫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할 수 있어서다.

오피스텔을 임대하거나 세를 들면 더 복잡해진다. 임대사업자인 김모(38)씨는“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임대하고 있지만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될 것 같아 세입자에게 전입신고를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밀집지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지역의 경우 입주자의 70%가 전입신고를 안 했다는 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의 얘기다.

건축법상으로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10채를 가져도 무주택자 자격으로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있다. 강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세무팀장은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 관리비에는 부가가치세가 붙는다”며 “주거용이면 환급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증빙서류를 갖춰서 환급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팔짱 낀 정부=오피스텔 딜레마를 만든 것은 정부다. 1988년 오피스텔에 관한 건축 기준이 제정될 때는 전체 면적의 70% 이상이 업무용이어야 허가가 났다. 주거용으로 쓰기는 불편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98년 이 기준이 50%로 완화되면서 주거용이 급격히 늘었다. 국토부는 오피스텔 투기가 일자 2004년 다시 70%로 바꿨다.

‘오피스텔은 업무시설’이라는 국토부도 필요할 땐 오피스텔을 주택 용도로 활용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1·11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며 “오피스텔의 규제를 완화해 도심 내 서민 거주공간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50㎡ 이하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게다가 9월부터 주택에나 적용되는 전매제한이 오피스텔로 확대된다.

국세청 과세 기준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전입신고를 안 하는 가구가 늘면서 주거용으로 쓰는지 업무용으로 쓰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한 임대업자는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게 오피스텔”이라고 말했다.

두 부처 모두 기존 입장만 되풀이할 뿐 해법을 찾고 있지 않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오피스텔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했으나 지금은 손을 놓은 상태다. 위원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 추진 과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 중이어서 오피스텔 관련 과제의 추진 여부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김영훈·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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