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기업총수 출두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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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삼성.LG.동아.대림.한일합섬등 6개 그룹 총수들이 한꺼번에출두한 8일 대검청사는 그룹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마치 재벌들의 전경련 회의가 대검청사에서 열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검찰은 이날 출두한 재벌 총수 6명중 구자경(具滋暻)LG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李健熙)삼성.김중원(金重源)한일그룹회장등에 대해 7~11시간 가량 조사를 벌인데 이어 최원석(崔元碩)동아그룹회장등 3명은 새벽까지 철야조사를 벌여 검찰조사가 만만치 않음을 내외에 「과시」.
특히 동아그룹관계자들은 崔회장 조사가 예상외로 길어지자 주차장.현관로비등에 삼삼오오 모여 『출두는 가장 먼저 했는데 뭔가잘못된게 아니냐』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6공동안 별다른 특혜가 없었기 때문에 별 일 없으리라 자신한다』면서도 『출두순서와 귀가순서가 거꾸로 되어 버렸다』며 걱정스런 표정.
…이날 출두한 총수중 구자경LG그룹 명예회장이 출두 7시간50분만인 오후5시50분 제일 먼저 귀가했고 이어 이건희삼성회장이 출두 11시간30여분만인 오후9시45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두 사람은 모두 『검찰에서 무엇을 중점적으 로 조사했는가』『노태우(盧泰愚)씨에게 얼마를 건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대기중인 승용차에 올랐다.
…장진호(張震浩)진로그룹회장이 17시간에 걸쳐 철야조사를 받았던 것에 비해 LG그룹 具명예회장은 7시간50분,삼성 李회장은 11시간30분 조사를 받자 검찰주변에서는 그 의미에 대해 설왕설래(說往說來).
검찰주변에서는 『삼성.LG그룹총수가 일찍 조사를 마친 것은 소환요구에 무리없이 응했고 충분한 사전준비를 해왔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귀가때 두 그룹총수의 표정이 상대적으로 밝았던 이유를 나름대로 해석하기도 했다.
…8일오전 검찰에 도착한 기업 총수들은 차에서 내린뒤 잠시 서서 사진취재에 응했고 보도진들도 밀고당기기를 자제해 비교적 평온을 유지.
이날 제일 먼저 출두한 총수는 동아 최원석회장.오전9시52분쯤 도착한 崔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빠른 발걸음으로 조사실로 직행.
이어 10시5분쯤 이건희 삼성회장과 구자경 LG명예회장이 속속 도착.
오후3시20분쯤 도착한 대림 이준용(李埈鎔)회장은 사진촬영에응한뒤 『고맙습니다』라며 미소를 띄우는등 여유있는 모습.
당초 7일 출두를 통보받은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은 해외에서 급히 귀국,이날 오후5시쯤 「지각」출두.
…김중원회장은 출두 7시간45분만인 9일 0시45분쯤 조사를마치고 정문쪽을 지키고 있던 사진기자 30여명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틈을 이용,옆문쪽으로 몰래 귀가하려다 뒤늦게 몰려든 보도진과 수행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소동 을 빚기도 했다. …검찰관계자는 각 그룹 왜 검찰에 소환됐는지를 아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다』고 짤막하게 대답.
…LG 具명예회장은 출두 7시간50분만인 오후5시50분 조사를 끝내고 가장 먼저 귀가.
具회장은 출두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은채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랐는데 장시간 조사받은 탓인지얼굴이 다소 상기된 모습.
…검찰관계자는 각 그룹회장들이 조사받은 곳은 모두 11층 일반조사실이라고 전언.
검찰은 당초 11층에 있는 2곳의 특별조사실(VIP조사실)을이용하기 위해 연장자순.검찰청 도착순.기업외형순등에 따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형평의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이같이결정했다는 후문.
재벌총수들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 동행했던 그룹관계자들은 승용차안에서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 언제 조사가 끝날지 초조히 기다리는 모습.
이들은 수시로 검찰관계자에게 『식사는 우리가 준비해야 하느냐』『오늘 안으로 귀가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는 한편다른 그룹 직원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7일저녁 출두했던 진로그룹 張회장은 이날 오전11시20분쯤 철야조사를 마치고 17시간만에 귀가.
다소 지친 표정의 張회장은 전날 출두할 때 보도진과 몸싸움이있었던 것을 의식,잠시 사진촬영에 응했으나 『뇌물을 건네준 적이 있느냐』『검찰에서 뭘 물어보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함구로 일관.
검찰주변에서는 『아무리 늦은 시간에 왔다고는 하나 철야까지 하면서 조사한 것을 보면 뭔가 걸린 것이 아니냐』며 촉각.그러나 진로그룹관계자들은 『검찰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 다른 기업들에 「검찰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철야한 것으로알고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해석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이 그룹 총수들이 소환된 직후인 오전10시45분쯤 청사를 나간뒤 오전내내 자리를 비워 한때 관계기관 대책회의중이란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그러나 대검 박정규(朴正圭)공보관은 오후에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공안 검사 교육에 참석하느라 오전에 청사를 비웠을 뿐 청와대에는 간 적이 없다』고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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