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상운은 신문을 집어들었다.그러나 이내 시시한 듯 곧 신문을 집어던졌다.
그는 자기 일엔 철저히 매달리나 남의 일엔 철저히 무관심한 사람이었다.곧 민우가 샤워 물을 떨어뜨리며 나왔다.
둘은 앉자마자 뭐가 그리 유쾌한지 자기네들이 주고받은 얘기를합주곡을 연주하듯이 번갈아가며 채영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남자들의 수다란….
누가 이겼느냐는 채영의 질문에 대한 상운과 민우의 답변은 대충 이러했다.처음엔 상운이 훨씬 앞서 달렸다.그는 마치 발에 엔진이라도 단 것 처럼 앞으로 내달았다.
민우는 그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으나 열심히 뛰었다.뛰다보니 숨이 너무 차 주저앉아 쉬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피로가 곧 회복돼 열심히 달렸다.그러자 저 앞에서 무언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상운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너머로 결승점이 보였다.민우는 열심히 달려 상운을 스쳐 지나갔다.상운은 깜짝 놀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심히 달려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둘다 죽어라고 달리는 데만 열중했기에 누가 일등했는 지는 분명치 않았다.
아마도 민우가 이긴 것도 같았다.얘기를 끝까지 듣고난 채영은잘라 말했다.
『그럼 민우씨가 이긴 거예요.』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죠.』『발에 엔진이라도 단 것처럼 달렸다면 상운씨는 보나마나 그 플로팅 가스를 사용했을 거예요.그런데도 일,이등을 구분할 수 없었으니 당연히 민우씨가 이긴거지요.』 『플로팅 가스?』 민우가의아해 하자 상운은 빙긋이 미소지으며 그 자리에서 허공으로 떴다.허공에서 상운은 놀라는 민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제 직업은 발명가이지요.이건 제가 최근에 발명한 것으로 100㎏까지 띄울 수 있습니다.지금 계속 연구중이니 앞으로는 좀더 띄울 수 있을 겁니다.』 『신기하군요.그 정도를 띄우려면 커다란 풍선이라도 달아야 할텐데 상운씨 몸에서는 거의 티가 안나는군요.』 『이 장치를 만드는데만도 100만 달러가 넘게 들었습니다.선생님도 원하시면 하나 만들어 드리죠.』 상운이 다시천천히 내려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좋죠.전 항상 높은 곳을 좋아했으니까요.그걸 달고 있으면 아무리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더라도 걱정이 없겠군요.』 『또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 올라갈 수 있죠.아직 실험이 완벽하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지금 수준만으로도 63빌딩 정도는 가볍게 기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건 안돼요.』 채영이 다급하게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