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동속 여야공존 메시지-민자 선거제도 개정제안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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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자당 서정화(徐廷華)총무가 2일 정국판도를 바꿀만한 말을 했다.그는 이날 오전 스스로 기자실을 찾아와 세차례에 걸쳐 『국회의원 선출 제도를 완전히 바꿀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총선이 코앞에 있음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徐총무 발언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그는 결코 혼자 핵폭탄을 던질만한 강심장이 아니다.
손학규(孫鶴圭)대변인이 이날 오후 『원칙론을 제기한 것일뿐 야당에서 먼저 제기해야 가능하다』고 한발 뺐음에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徐총무 발언의 핵(核)은 중.대선거구제로의 변경도 가능하다는부분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3金이 88년에 만들었다.이들의 정치적 파워도 여기에서 출발한다.따라서 徐총무 제안은 정치판의 룰을 바꾸자는 얘기다.
민자당 내에는 徐총무 발언이 일과성 해프닝이라는 시각과 국면돌파를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 있다.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가 전국구 100석을 주장할때 반대했던 민자당이 왜 이 시점에 갑자기 이 얘기를 꺼냈는지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있다.
그렇다고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왜 전국구가 더 필요하고,중.대선거구로 가야하는지 보충설명도없이 던진 말이다.
따라서 현재의 비자금 국면을 전환키 위한 하나의 방편인지,아니면 정말 그쪽으로 가고싶은 것인지의 판단이 현재로는 어렵다.
중.대선거구제의 특징은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힘든 한편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데 있다.
반면 정당.정치인간 이합집산은 좀더 쉬워진다.이런 점들에 비춰 다른 정파와의 연대에 의한 정권 재창출을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멀리 내각제 얘기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전국구 증원이 손해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늘어나는 전국구 의원은 100% 총재가 공천한다.계보에 물들지않은 정치신인의 등장이 용이해진다.모두 「YS 민자당」의 순도를 높이는 요인들이다.여하튼 이번 제의는 야당에 대해 협상하자고 말문을 튼 역할을 하고 있다.
즉 대선자금 비자금 파동에 야당까지 수사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이번 협상 제의는 『그럴 생각까지는 없다』는 암시일수도 있다.
이렇게 여야가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徐총무 발언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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