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Story] 현대 미술품, '안목'만 있으면 고품격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무라카미 작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

14일 뉴욕 소더비의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주요 작품을 모아 파는 경매). 참가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본 현대미술 작가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가 1516만 달러(약 158억원)란 거액에 낙찰되면서다. 예상 낙찰가 300만~400만 달러보다 몇 배 높은 금액이었다. 만화 영화 주인공 같은 얼굴에다 외설스럽기 짝이 없는 포즈의 카우보이. 도대체 무엇이 미술 투자가들을 열광시킨 걸까.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의 ‘아트 비즈니스’ 부문 대표인 이안 로버트슨(사진) 박사는 “무라카미의 작품은 주식으로 치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주”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그가 제2의 앤디 워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고, 미래 가치를 가격에 반영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유하자면 연 매출 9000억원가량인 NHN의 시가 총액이 웬만한 대기업을 앞서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란 얘기다.

소더비 인스티튜트는 세계적 예술품 경매업체인 소더비가 세운 인력 양성 기관이다. 로버트슨 박사는 전 세계 부유층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고 ‘미술품 포트폴리오’을 짜준다. 22일 그는 하나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본부의 최우량 고객 40여 명을 대상으로 3시간 동안 돈과 예술의 상관 관계를 풀어 나갔다.

◇현대미술이 시장 이끌어=무라카미의 작품이 초고가에 팔리면서 지난주 소더비의 현대미술 경매 낙찰 규모는 3억6203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크리스티가 세운 3억8465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둘째 규모다. 세계 경제엔 금융 위기의 먹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미술시장엔 되레 열기가 가득했던 셈이다.

로버트슨 박사는 “미술품도 경기의 영향을 받지만 주식보다는 덜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간 미국 증시가 하락한 달을 뽑아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S&P500지수가 56.5% 떨어질 때 예술품지수인 ‘아트100’은 오히려 2.1% 상승했다”고 말했다. 부호들이 주로 찾는 투자상품이란 점도 경기 민감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그는 “주식·부동산과 함께 미술품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을 이끄는 것은 현대 미술품이다. 특히 마릴린 먼로·미키마우스 등이 소재로 등장하는 팝아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로버트슨 대표는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은 베이비부머들이 미술시장에 진입하며 팝 아트 가격이 폭등했다”며 “시장은 이미 네티즌 세대가 주력이 될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도 있다. 그는 “규제가 거의 없고, 명확한 가격 지표도 없는 게 특징”이라며 “특히 젊은 작가의 작품에 투자할 때는 향후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은 떠오르는 시장”=뉴욕·런던·홍콩 등 주요 미술시장은 하나같이 금융 중심지다. 이런 면에서 그는 “특히 중동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두바이가 새로운 미술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 미술시장의 미래도 밝게 봤다.

그는 “경제와 문화는 기본적으로 같이 가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지난해까지 급등했던 중국·인도의 현대 미술품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단기 급등에 따라 중국·인도 증시가 조정기를 맞았듯 미술품 가격도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로버트슨의 조언

1. 거시경제의 흐름을 놓치지 마라
-돈과 예술은 ‘떨어져선 못 산다’

2. 명성이 곧 가치다
- 가격과 명성을 대조하라

3. 살 때부터 팔 때를 대비하라
- 미술품도 상품이다

4. 짝퉁을 경계하라
- 비슷하다고 가격도 비슷한 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