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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장률 1%P 낮추고 … 유럽 물가 3%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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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 경제가 유가와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유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부동산 가격 하락, 금융위기의 그늘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물가 급등을 부추기며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의 공포’를 확산하고 있다.

◇항공 수하물 공짜시대 끝=유가 급등은 당장 비행기를 탈 때 부치는 짐도 돈을 내도록 했다. 국내외 항공사를 막론하고 항공기 탑승 시 수하물 두 개는 공짜로 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짜도 사라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다음달 15일부터 첫 번째 수하물에 대해 15달러를 받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부터 두 번째 수하물에는 25달러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하물이 한 개라면 15달러, 두 개라면 40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국제선 승객과 제값을 다 주고 항공권을 구입한 승객 등 일부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아메리칸항공에 앞서 두 번째 수하물부터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던 유나이티드항공도 첫 번째 수하물부터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선 원유 도둑 극성=오클라호마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석유업체인 디본 에너지는 최근 하룻밤 사이에 600배럴의 원유를 도둑맞았다. 국제 원유시세로 환산하면 8만 달러어치에 달하는 물량이 사라진 것이다. 디본 에너지 외에도 유전지대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크게 늘면서 연방수사국(FBI)이 텍사스주 미들랜드에 전담 수사팀을 만들어 유전범죄 소탕에 나서고 있다. WSJ는 한동안 잠잠했던 원유 도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4.19달러, 3.3% 급등한 배럴당 133.17달러에 마감했다. 시간외 전자거래에선 134달러까지 올랐다. 서부 텍사스유는 올 들어서만 33% 상승했다. 국내 원유 도입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도 22일 도쿄 원유시장에서 4.65달러 오른 128.5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철광석·구리·아연 등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승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국제 구리 선물가격은 22% 올랐으며, 3월 중순 35%까지 급등했던 곡물 가격은 현재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이에 따라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인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3% 올라 물가통제목표(2%)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의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미국의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도 전년에 비해 3% 올라 199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엉망이다.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1.2%로 낮춰 잡았다. 올 1월 전망했던 1.3∼2%를 석 달 만에 1%포인트가량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식량위기도 세계 경제 불안에 한몫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식량농업기구(FAO)는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들의 수요 급증 때문에 식량이 싼 시대는 지났다”며 “식량 값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 최소한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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