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史 초유 전직대통령 검찰 소환되던 날-여야 불행한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헌정사상 초유로 1일 전직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다.청와대는 이날 일체의 언급을 자제했고 여야는 한목소리로 『불행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철저수사를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검찰 출두에 대해 그동안의 단호한 태도표명과는 달리 일체의 언급을 자제.
관계자들은 盧전대통령의 출두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한 고위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 비리로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인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싫든 좋든 우리 손으로 뽑았던 대통 령이었는데 불행한 일 아니냐』고 술회.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이날 나웅배(羅雄培)통일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은뒤 잠시 TV로 盧전대통령의 검찰출두 현장을 지켜본뒤 미국 한국전참전 기념사업위원회 데이비스위원장의 예방을 받고환담하는등 집무를 계속.
…민자당은 온종일 무거운 분위기.이날 따라 당의 각종 행사가겹쳐 열렸지만 시종 말도 없고 사람도 별로 안보였다.썰렁한 당사 지하강당에서 열린 이날 월례조회에서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 『이땅에 이같은 불행은 더이상 없기를 바란다 』면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진실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정례당무회의에서 김윤환(金潤煥)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권전체가 큰 위기로 국민의 불신을 벗어날 묘책이 없는상황』이라며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회복시킬 책임이 우리에게 있으며,자성속에 숙연한 자세로 정도를 걸어나가자 』고 당부했다. 손학규(孫鶴圭)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출두해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자체가 불행한 일』이라면서 『앞으로이러한 일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될것』이라고 강조.
…국민회의는 지도위원회의를 열어 앞으로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대응책을 논의했는데 김대중(金大中)총재는 시종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발언들을 경청.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일본검찰은 다나카(田中)전총리를 구속했고 이탈리아검찰은 현직총리를 법대로 처리해 세계적인 존경을받았다』면서 『검찰이 어떤 방향으로 수사할 것인지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
민주당 홍영기(洪英基)공동대표는 『현재 정국은 폭풍을 맞고 있는 것과 같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검은 돈과 관련된 부패한 집단과 깨끗한 정치집단이 선명하게 대비되도록 해나가자』고 강조.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도 중앙사무처 월례조회에서 『이번 파문은 불행한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바람직한 정치를 위해 하나의 전환기가 되고 그 전환기를 슬기롭게 넘기면서 선진정치가 토양화될 수 있는 시발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