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불꺼지지 않는 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도쿄(東京)지검(地檢) 특수수사부는 일본 검찰의 엘리트코스다.100명의 검사.사무관으로 구성된 정예집단인 도쿄지검 특수부에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일본은 살아있다고일본인들은 안도(安堵)한다.
76년 7월 도쿄지검 특수부는 일본 정계(政界)의 최대거물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전총리를 구속했다.다나카는 총리시절인72년 미국 항공기회사 록히드가 제작한 트라이스타 여객기를 젠닛쿠(全日空)항공이 대량 도입하도록 영향력을 행 사하고 사례비로 5억엔을 받았다.소위 록히드사건이다.
록히드사건은 전후(戰後)일본 최대의 정치스캔들이었다.전직 총리와 각료 2명,현역 국회의원 17명을 포함해 약 460명이 조사받았다.정.관.재계 유착(癒着)구조에서 기인(起因)한 일본정치의 전형적 오직(汚職)사건이었던 이 사건으로 집권 자민당의부패와 금권(金權)체질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다나카는 83년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징역 4년,추징금 5억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존재를 과시한 또다른 사건은 88년 리크루트사건이다.정보산업회사 리크루트가 관련회사 미공개 주식을 정.관.재계에 대량으로 상납한 사건이다.전.현직 총리와 각료,국회의원,언론인,고급관료,경제인 등 일본사회의 중추세 력을 매수하려던 이 사건에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시 한번 그 명성을 빛냈다.일본사회 전체에 사정 회오리가 몰아치고 다케시타(竹下)내각이 무너졌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뇌물수수사건은 「직접 피해자가 없는 범죄」다.쌍방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주고 받기 때문이다.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익명(匿名) 다수의 이익,즉 공익(公益)이다.도쿄지검 특수부장이었던 가와이 노부타로(河井信太郎) 는 이렇게 말한다. 『특정한 피해자가 없는 오직사건은 적발되지 않더라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그러나 그것이 만연하면 국가 자체가 붕괴한다.』 요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는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전직 대통령이 주무르던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한점 의혹없이 밝혀내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